아이마음 부모마음-(3)외모때문에...

입력 2004-11-16 16:04:45

아이 마음

"요즘 여드름이 많이 나 고민되요."

"운동하는데도 살이 안 빠져서 고민이에요."

"치아 교정을 하니까 웃을 때도 입을 가리게 돼요. 눈이 나빠 안경도수가 높은데 콘택트렌즈를 하고 싶지만 엄마가 안 해 주세요. 엄마는 외모보다는 공부에 신경 쓰라고 하시지만 피부도 안 좋아 고민이 되는데 어떡해요."

지난 12일 범물중학교에서 남녀 학생들을 만나 이 또래 아이들이 외모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고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아침마다 머리 손질하고 왁스를 발라요. 왁스를 표시 안 나게 적당히 발라야지, 안 그러면 선생님한테 들켜서 씻어야 되요. 아침밥은 안 먹어도 머리는 손질하고 나가야 돼요."

한 여학생도 아침에 머리 드라이한다고 밥 먹을 시간이 없다고 했다.

"공부도 잘 하고, 예쁘고 제일 멋있어야 돼요."

친구들보다 전반적으로 우월해지고 싶다고 말하는 학생들의 경우 여학생은 초등학교 6학년때쯤, 남학생은 중1·2학년때부터 외모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친구들에게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비춰질지 신경쓰이고 비교될까봐 열등감도 가지게 된다고 했다.

뚱뚱하고 못 생긴 아이를 무시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했다.

"토요일에는 사복을 입는데 똑같은 옷을 입고 싶지 않아 엄마에게 옷 사달라고 조르고 싸우게 되요. 너무 옷이 없으면 기가 죽거든요. 친구들은 비싼 옷을 사오면 자랑하는데 부모님은 비싼 옷은 잘 안 사주려고 하세요."

여학생의 경우 교복 상의는 줄여 몸에 붙게 입고 치마는 주름을 뜯어 퍼지게 입는 것이 요즘 유행이란다.

남학생 교복은 지난해에는 발목부분이 줄어드는 일명 항아리 바지가 유행이었는데 올해는 밑부분이 퍼지는 나팔바지가 인기라고 했다.

학생들은 부모 몰래 교복을 고치기 위해 토요일에 수선집에 맡기기도 하고 여학생들은 집에서 직접 치마 주름을 칼로 뜯기도 한다고 했다.

학생들은 엄마가 같이 살 빼자고 하고 아빠가 직접 여드름을 짜주는 등 마음이 통하는 경우도 있지만, 엄마들끼리 자식 얘기하다 돌아와 '다른 집 애는 안 그런데 너는 왜 그렇게 외모에 신경 쓰니' 할 때는 화가 난다고 했다.

"갑자기 갖고 싶은 게 생길 때 허락 안 받고도 살 수 있을 정도로 돈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지금 제 모습보다 미래에 더 멋있는 모습이 되도록 계속 보완해 나가면서 살도 빼고 싶어요."엄마의 마음

"머리 단정하게 빗고, 가방 바로 메고, 신발 구겨 신지 말고, 휴대전화는 집에 두고, MP3도 가지고 가지 말아라."

아침마다 학교에 가는 중3 딸에게 하는 나의 당부이다.

오늘도 한바탕 옥신각신하며 학교를 보내고 한숨을 돌리려니 아련히 30여년전 중학교 시절이 노란 은행잎마냥 번져온다.

당시 학생들의 외모에 대한 관심은 요즘과는 많이 달랐다.

소위 잘 나간다는 아이들이 교복을 몸에 꽉 끼게 입고 앞 머리카락을 눈썹 위까지 내리고 한 쪽 다리의 힘을 빼고 서서 폼 잡는 게 전부였던 것 같다.

요즘처럼 너도나도 따라 하지는 않았다.

변화를 주고픈 마음은 있었다 해도 어디까지나 생각에 그치곤 했다.

세월이 지나고 보면 시기에 맞는 단정한 모습이 정말 아름다움이란 걸 느낄 것이다.

올 여름에는 시내버스에서 입을 다물지 못할 광경을 보았다.

방학이어서인지 교복차림과 사복차림의 여학생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는데 귀고리 하나쯤은 거의가 하고 있었다.

귀를 세 개까지 뚫은 학생, 심지어는 배꼽이나 입술과 눈썹에 피어싱을 하고 있는 학생을 보니 정말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혔다.

버스 운전기사도 바로 뒤에 서 있는 여학생들을 쳐다보느라 운전이 위험할 정도였다.

버스 안 승객(어른)들은 모두가 혀를 차며 말세라고 해도 학생들은 부끄러워하거나 창피하게 여기지 않았다.

어느 날 중3 딸아이가 머리카락으로 귀를 자꾸 덮고 있기에 자는 아이의 머리를 넘겨보니 귀고리를 하고 있었다.

방학도 아닌데 귀를 뚫었다는 생각에 용서가 되지 않아 깨워 물어보니 반 아이 한 명이 귀를 뚫어 주었단다.

항생제에 소독약까지 주더라며 가지고 왔다.

당장 빼라고 해도 막무가내로 반 친구 거의가 다 뚫고 다니는데 계속 하겠단다.

옥신각신 싸워 봤지만 도저히 말릴 수가 없었다.

부모 얼굴에 먹칠하는 행동이라 해도 아이는 수용을 못했다.

귀 뚫는 게 왜 먹칠하는 행동인지 이해가 안된단다.

양말도 흰색, 검은색이 아닌 빨강, 노랑 등의 색깔이 화려한 것을 신고 방학때는 발톱, 손톱에 빨강 매니큐어도 바른다.

그렇다고 공부 안하는 말썽꾸러기도 아니다.

그런 것들이 아이들 또래에서 당연한 멋으로 여기는 것 같다.

내면의 아름다움과 외면의 아름다움을 모두 겸비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우선 겉으로 보이는 건 외모이니 겉모습에 치중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세월이 흘러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아들 딸의 외모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지 궁금해진다.

그러나 남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아름다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마음의 양식이 되는 한 권의 책이라도 읽어 아름다움을 채워 보는 건 어떨까? 추광숙(대구시 범어1동) 김영수기자사진: 외모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있는 범물중 학생들(왼쪽부터 황성진, 최윤정,조정완, 정재양).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