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선 역세권 따라 고층아파트 '쑥쑥'

입력 2004-11-12 12:00:04

그동안 지상공사로 곳곳이 막혔던 달구벌 대로가 전면 트이면서 지하철 2호선이 주거, 문화, 산업 전반을 끌어들이며 거대 벨트를 만들어가고 있다.

반월당 등 주요 역사의 지하상권, 달성군 다사에서 시지까지 새 주거 및 문화벨트가 탄력을 받고 있고 2호선을 안은 성서공단도 대구의 산업 메카로 전기를 맞고 있다.

◇너도나도 2호선으로

주부 김경진(43·수성구 범물동)씨는 지난달 수성구 범어동의 한 아파트로 전세를 얻어 이사를 왔다. 김씨는 2년 뒤 지난해 분양받은 범어동의 유림 노르웨이숲에 입주할 예정이다. 김씨는 "지하철 2호선이 대구의 주거와 생활의 중심 축이 될 것으로 판단해 미리 2호선 역세권 아파트로 집을 옮긴 것"이라며 "요즘 주부들의 최대 관심거리가 2호선 주변 아파트에 전세를 얻거나 분양받는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평론가 정용씨는 "2호선 주변에 살지 않으면 뒤떨질 것이라 생각하는 시민들이 의외로 많다"며 "너도나도 '2호선 사람'이 되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범어동의 청룡부동산백화점은 "대구 곳곳이 역전세 현상인데도 불구하고 범어, 만촌동 일대 아파트는 전세를 얻으려는 시민들의 문의가 많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지난해부터 내년까지의 대구 아파트 신규 분양이 지하철 2호선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범어동 일대는 '아파트 숲'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업계는 지난해 유림 노르웨이숲, 코오롱 하늘채 수 등 5개단지(1천442가구)가 분양됐고, 올해와 내년 상반기까지 범어네거리를 중심으로 20개 단지(땅 매입 초기 단계 포함), 1만여 가구가 분양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2호선 종착역 부근의 달성군 다사 죽곡 1지구 경우 올 하반기부터 총 20만7천여평에 공동주택지 5개 필지(4천여 가구)가 조성되며 11만7천평 규모의 죽곡2지구 경우 2008년 안으로 3천여 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준공될 예정이다. 범어동 못잖은 아파트 건립 붐이 거센 만촌동, 시지의 베드타운인 사월동과 인근 경산지역,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타운이 될 반월당, 성서 일대의 신흥주거지역인 용산·장기동 등 2호선은 끝(다사)에서 끝(사월)을 잇는 하나의 '주거벨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문화가 몰린다

지하철 2호선 시대 개막은 대구 문화 지도도 바꾸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곳은 시지 대공원역. 월드컵 경기장이 들어서 있고 당장 내년부터 2008년까지 777억원이 투입되는 대구시립미술관 공사가 추진된다. 또 이달 초 5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미국계 투자단이 30만평 규모의 테마파크 후보지인 월드컵경기장 일대를 방문, 실사를 벌이기도 했다.

경대병원역 인근의 봉산문화거리도 새롭게 탈바꿈한다. 대구 중구청은 내년 초 전문기관에 봉산문화거리 조성 용역을 의뢰할 계획이다. 용역 결과를 토대로 조각공원 거리 조성, 문화 거리 상징 조형물 설치, 아트숍 유치 등을 추진해 서울 인사동, 청담동거리와 같은 명물거리로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중구청은 장기적으론 약령시와 동성로, 봉산문화거리, 대구향교, 남산인쇄거리를 연결하는 문화벨트 구축도 계획하고 있다.

지하철 2호선 두류역~계명대역 일대(약 8㎞)에는 기존 코오롱야외음악당, 달서구문화원, 학생문화센터 등 13개의 문화시설이 밀집해 있고, 올해에만 달서구 첨단문화회관, 계명대 한학촌 등이 새로 들어섰다. 내년 경우 영화극장(죽전역), 근로자종합복지회관(성서공단역), 구민운동장(이곡역) 등이 줄줄이 건립될 예정.

◇성서공단

1천700여개에 달하는 입주업체들은 지하철 2호선 시대가 열리면 물류, 바이어 접대, 인력수급 부문에서 상당한 반사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OSG 이한우 이사는 "상습 교통 정체와 이면도로 주차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성서공단 경우 교통체증 해소로 물류면에서 적잖은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금성염직 김영철 이사는 "2호선은 고속철도를 이용해 대구를 방문하는 국내 바이어들에겐 청신호"라며 "반월당역에서 환승해 30분 안으로 공단에 도착할 수 있어 바이어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했다.

성서공단관리사무소 추승태 업무과장은 "성서공단 입주업체들은 그동안 교통 불편으로 노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2호선 개통에 맞춰 시의 공단 왕복 일반버스 노선 확충 등 인력 수급이 원활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거대 상권

2호선 역세권의 정점은 반월당 일대. 반월당역은 지하철 1호선과 2호선이 유일하게 교차하는 곳으로 하루 평균 유동인구만 20만명으로 추정된다. 현재 지하상권인 메트로센터와 메트로프라자가 내년 3월 상가 개점을 목표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민간자본 1천694억원이 투입된 반월당역 메트로센터(점포 403개)와 민자 738억원이 투입된 경대병원역 메트로프라자(점포 138개)는 내년 9월 2호선 개통과 함께 대구적십자병원에서 봉산육거리까지 840m에 이르는 지하쇼핑몰로 그랜드 오픈할 예정. 이에 따라 유통업체들은 2호선에 사운을 걸었다.

동아백화점 경우 반월당 사업과 쇼핑점 전면 개편 작업에 전 사원이 나서고 있다. 쇼핑점 명칭 변경과 대형 게임룸 입점 계획을 세우는 한편 고객 밀착 마케팅(CRM)을 위해 10억원을 들여 IT업체에 시스템 개발 용역도 의뢰한 상태다. 대구백화점은 동성로 본점 리모델링과 젊은 층 확보를 위한 브랜드 개발에 진력해 반월당 지하상권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남문, 염매 시장 등 반월당 인근 시장들도 생존 경쟁에 뛰어들었다. 최근 재개발추진위원회 설립 인가를 받은 남문시장은 2006년 2월 지하 4층, 지상 45층 규모의 초대형 주상복합건물을 착공할 계획이다. 염매시장도 백화점, 엔터테인먼트 시설, 아파트 등이 연계된 주상복합건물 재개발(덕산 4지구)을 고려 중이다. 달서구 두류역에도 독립 지하 역세권이 형성되고 있다. 이곳엔 5평 크기의 점포 285개가 들어서며 유동인구가 많은 우방타워랜드와 두류공원, 문예회관, 야외음악당 등이 인근에 밀집해 있다.

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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