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시즌이다. 올해는 바늘구멍이었던 취업문이 더 좁아졌다. 올 한해 대졸 실업자가 25만 명, 고졸실업자가 40만 명에 이른다는 통계가 이를 입증한다. 사정이 이러니 취업 희망자들은 희망과 설렘보다 불안과 초조, 좌절, 회한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각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 역시 고민이다. 수만 명씩 몰리는 지원자 중 '옥석(玉石)'을 가리기가 쉽겠는가. 이 때문인지 인사담당자 2명 중 1명은 신입 직원 채용 때 학벌을 주요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입사 지원서 한 장을 검토하는 시간도 평균 2, 3분에 지나지 않고 이력서에서 출신 학교를 가장 주의 깊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인사담당자 10명 중 6명은 학벌과 업무 연관성은 '전혀 별개'라고 응답했다. 학벌이 능력을 재는 유일한 척도(尺度)가 아닌 줄 알면서도 그 '잣대'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방대생이나 고졸자는 아무리 낭중지추(囊中之錐)의 재능을 지니고 있어도 '찬밥'이 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래서 신언서판(身言書判)이 아니라 '신언 간판(학벌)'이라는 말도 나돈다. 우수 고교생들이 너나 없이 서울로 몰리는 이유도 명문 대학이라는 '간판'때문이 아니던가.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은 있다. 기회는 늘 준비한 사람에게만 찾아온다. 몇 년 전 외환위기 당시 성서공단의 공장으로 한 청년이 찾아왔다. 청년은 일자리를 구한다고 했으나 당시 이 공장은 신입사원 채용 계획이 없었다. 그러나 청년은 그냥 돌아가지 않고 공장에 눌러 붙어 직원들과 함께 제품 상자를 날랐다. 그렇게 1주일이 흐르자, 공장 사장은 '어쩔 수 없이' 청년을 채용했다. 그 정도 배짱과 성실성이라면 무슨 일을 시켜도 해낼 수 있는 사람으로 판단한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청년 '흉내'를 내선 취업이 어렵다. 남이 한 번 써먹은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간판(학벌)'이 신통치 않다면 다른 이에게 없는 전문적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세일즈 귀재'나, '컴퓨터 도사' 등 자신만의 개인 브랜드를 만드는 것도 전략이다. 그래도 채용되지 않으면 스스로를 채용하는 방법도 있다. 창업이다.
조영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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