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정치는 없고 정치권만 있는 지역"

입력 2004-11-09 10:43:28

국회 공전이 12일째 계속되고 있으나 한나라당 일색의 지역 정치권은 조용하다. 초선부터 5선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파행 고수를 외치는 강경파들뿐이다. 국회 파행에 대한 논쟁은커녕 고민하는 모습도 찾아 볼 수 없다. 당연히 여의도 정가에서는 대구·경북을 '논쟁이 없는 정치권', '정치는 없고 정치권만 있는 지역'으로 빗댄다.

◇현안마다 강경 보수

한나라당을 '잡탕 정당'으로 칭하는 것이 이념적 스펙트럼의 다양성 때문이라지만 지역 정치권은 하나의 목소리밖에 없다. 이해찬(李海瓚) 총리의 '막말'에서 비롯된 국회파행에서부터 국가보안법 개폐, 과거사법 등 여권의 4대 입법,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이르기까지 한목소리밖에 없다. 논점도 한 가지, 시각도 일방통행이어서 지역 의원끼리 서로 논쟁을 벌이거나 토론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안택수(安澤秀).이상배(李相培).박종근(朴鍾根) 의원 등은 보수파(우파)의 극단에 서서 야성(野性)을 드러내기에 여념이 없다.

반대로 '튀는' 의원들은 따돌림을 받기 일쑤다. 열린우리당 주도의 친일진상규명법을 공동발의하고 이라크 추가파병 재검토를 외치는 등 당내 '소수 의견'을 자주 낸 권오을(權五乙) 의원은 지역 정치권 내에서 독불장군으로 불린다. 행정수도 이전에 찬성했던 이의근(李義根) 경북도지사나 김성조(金晟祚) 의원에게 귀기울이는 의원들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초선도 초록동색

오히려 초선들이 이념적으로 더 경직됐다는 말이 나온다. 국가보안법 개폐나 행정수도 이전문제에 대해 한나라당의 논거를 제시하는 역할을 대구·경북 정치권이 맡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 법사위 소속 장윤석(張倫碩).주성영(朱盛英).주호영(朱豪英) 의원과 재경위 최경환(崔炅煥)·윤건영(尹建永) 의원, 정무위 이한구(李漢久)·유승민(劉承旼) 의원 등이 그렇다.

이들은 "여당에 휘둘리면 야당 구실을 못한다"며 대여 강경노선의 맨 앞자리에 서 있다. 이번 국회 파행사태를 보라보는 시각 역시 마찬가지다. 국회 파행 장기화에 부담을 느끼거나 여야 지도부에 '큰 정치를 해보라'고 주문하는 초선을 찾아 볼 수 없다.

◇"논쟁을 하자"

수도권 의원들의 "수구골통으로는 한나라당의 미래가 없다"는 말도 대구·경북을 포함한 영남권 전체 정치권을 빗댄 말이다. "'보수'와 '수구'의 굴레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논쟁을 해야한다"는 탄식이 적지 않다. 지역현안은 물론, 국정현안이나 민생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토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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