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낭만일까 쓰레기일까?'
시민들이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대구시가 낙엽을 쓸지 않도록 지정한 시내 11곳의 '낙엽거리'와 공원 낙엽길이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낙엽 예찬론'도 있지만 행인들의 발에 밟혀 부서진 낙엽들이 쓰레기가 되다시피 하는 바람에 당초 기대한 낭만과는 거리가 멀어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는 것.
8일 오후 2시쯤 남구 이천로(봉산육거리~건들바위 네거리) 가로수 길. 이달 초부터 낙엽거리로 지정된 이곳에는 수북이 쌓인 낙엽더미 사이로 낙엽부스러기가 휴지, 비닐봉지와 함께 굴러다니고 있었다.
상인 이모(44·여)씨는 "낙엽거리라는 구실로 낙엽을 쓸지 않다 보니 버려진 봉지, 종이조각 등과 한데 뭉쳐져 길 전체가 쓰레기 판이 돼 버렸다"며 "이달 말까지 낙엽을 쓸지 않는다고 하는데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환경미화원 김모(43)씨도 "가게 앞을 더럽힌다며 낙엽을 치우려는 인근 상인들을 오히려 말려야 할 판"이라며 말을 얼버무렸다.
같은 시간 중구 경상감영공원 옆 가로수 길도 비슷한 풍경이었다. 미화원들은 가루가 된 낙엽 위로 '새 낙엽'(?)을 덮어 낙엽 길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나마 나무에 붙은 잎은 얼마 남지 않은 상태.
특히 올해는 유난히 대기가 건조해 낙엽이 쉽게 부스러지는데다, 평년보다 일주일 가량 일찍 발생했는데도 낙엽거리를 이달 말까지 지속할 계획이어서 녹지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낙엽거리의 낙엽들은 수거해도 이물질이 많기 때문에 재활용도 못하고 대부분 매립장으로 향한다.
대구시 관계자는 "가로 환경을 해친다는 지적이 많아 2년 전 22곳에서 올해는 절반으로 줄였다"며 "내년부터는 운치도 살리면서 깨끗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사진:8일 오후 경상감영공원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거리에 쌓인 낙엽을 치우고 있다. 관리소 관계자는 "낭만적인 공원 분위기연출을 위해 한동안 그대로 두었던 낙엽이 지저분해보인다는 시민들이 많아 청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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