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나라를 돌아볼수록 마음이 답답해져요. 앞선 마인드로 건물 구석구석까지 신경 쓰는 그들이 부러울 뿐입니다.
"
내달 초 대구 대봉동에 복합 패션문화공간을 여는 디자이너 박동준씨의 말이다.
지역에 이름을 남길 만한 아름다운 건물을 짓고 싶다는 바람에 외국 건축물을 둘러보며 온갖 정성을 쏟고 있는 그녀에게 하필이면 경제가 어려울 때 쓸데 없는 일을 벌였다고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당장 하루 밥벌이가 급한 마당에 아름다운 건물 운운하는 것이 배부른 소리로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패션문화도시를 부르짖는 대구에서 자신있게 내세울 만한 건축물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를 짚어보면 이런 얘기를 꺼내는 이유가 이해가 될까.
지난달 말 '인터텍스타일 상하이 어패럴 패브릭스' 전시회가 열린 중국 상하이(上海). 한 번쯤 이곳에 가본 이라면 누구나 느꼈겠지만 어두운 밤하늘을 간접조명으로 아름답게 밝히는 고층빌딩들의 스카이라인은 관광객을 불러모으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파트도 좁은 공간 위에 많은 가구가 살 수 있도록 네모 반듯하게 일률적으로 짓는 우리와 달리 유럽풍의 다양한 디자인을 적용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지금도 재개발이 계속되고 있는 상하이에서 이렇게 독특한 디자인의 고층빌딩들이 들어서고 있는 것은 다양한 디자인의 건축물을 장려하는 시정책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건축물에 신경을 쓰는 모습은 다롄(大連) 등 다른 도시들도 마찬가지다.
오랜 문화역사적 전통을 지니고 있는 이탈리아는 또 어떤가. 밀라노, 로마 등 도심 한복판에서도 수백년된 고건축물을 쉽게 볼 수 있다.
400∼500년 이상 된 벽화, 조각들로 장식된 고건물에서 사람들은 은행일을 보고 식사를 한다.
새로 지은 호화 아파트가 아니라 수백년 된 고건물에서 사는 걸 자랑스러워하는 이탈리아 부유층은 창문 하나를 고치더라도 관청의 허가를 기다리며 옛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불편을 감수한다.
프랑스도 다를 바 없다.
파리에 살고 있는 한 교포는 "거리의 간판도 마음대로 바꾸지 못해 한 달 동안 견본을 달아 주위의 평가를 받은 뒤 교체할 수 있었다"며 거리 미관을 중시하는 프랑스인에 대해 혀를 내두른다.
그렇다고 이들이 미적인 부분만 생각하는 건 아니다
철저히 실용성을 고려해야 할 때는 불필요한 멋내기에 매달리지 않는다.
전시회장만 봐도 그렇다.
상하이, 파리, 독일 하노버 등 전세계 바이어들이 몰리는 대규모 전시회장의 외관은 이렇다 할 장식이 없다.
섬유, 컴퓨터 등 전시회의 성격에 따라 내부 부스의 꾸밈이 달라지지, 외관은 실용적으로 지어져 전시가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신경을 쓴다.
무거운 기기도 전시하고 물건의 운반이 쉽도록 지하주차장을 파지 않고 지상 단층으로 전시회장을 꾸민다.
외관에 자못 신경을 쓴 대구전시컨벤션센터(EXCO)와는 다른 모습이다.
패션과 문화가 살아 숨쉬고 관광객이 수시로 드나드는 국제 도시는 단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서민들이 생활고로 시름에 겨워하는 이즈음에도 사회 주요 흐름을 이끌어 나가는 리더들의 눈과 마음이 깨어있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김영수(특집스포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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