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파행 엿새째...안개 걷히려나

입력 2004-11-02 10:19:37

'국회 파행이 계속되나, 접점을 찾나?'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의 한나라당 비하 발언 파문으로 국회가 닷새째 공전하고 있는 가운데 여야 지도부가 각각 2일 당 중진과 오찬 회동,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여권이 먼저 화해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이 총리의 유감 표명 또는 사과 가능성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것.

이 총리가 오늘이나 내일, 늦어도 주말쯤 입을 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 이부영(李富榮) 의장과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중진과 만나 의견을 나눴다.

4대 개혁입법과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국회가 장기 공전하면 곤란하다고 보고 이 총리가 먼저 유감을 표하도록 건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유감 표명은 아니다.

'한나라당이 근거없는 색깔론 공세를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의장은 당 중진과의 회동에 앞서 "근거없는 색깔론이 당 방침이 아니란 점을 한나라당이 천명하고 소속 의원에게 자제를 당부한다면 이 총리가 고민하겠지만 유감을 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당은 3일부터 시작할 예정이던 '4대 개혁입법 결의대회'도 전면 보류했다.

천 대표는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와 은밀히 만나 물밑 대화를 했다.

문제는 이 총리의 사과나 유감표명을 한나라당이 받아들이느냐는 것이다.

이인기(李仁基) 의원은 "이 총리 해임을 요구하는 등 너무 나가버려 유감 표명 정도로 국회에 다시 들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회 장기 공전 가능성을 점쳤다.

수도권과 경북의 중진 의원 일부는 이날 박근혜(朴槿惠) 대표와의 오찬 회동에서 "쉽게 물러서면 한나라당의 입지가 없다"며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이런 분위기이다 보니 이 총리가 사과하더라도 박 대표로선 고민일 수밖에 없다.

'상생(相生) 정치'를 말하며 당 지도부가 유약하게 대응해 이 총리의 야당 무시 발언이 나왔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을 박 대표는 잘 안다.

이 총리가 국회 파행의 원인을 제공했지만 사과마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불어닥칠 여론의 역풍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여야 소장파 의원들은 국회 정상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나라당 소장 개혁파 그룹인 '새정치 수요모임'은 1일 오후 모임을 갖고 "국회 활동이 복원돼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 지도부에 전달했다.

여야 초선의원 10명의 친목모임인 '앞줄모임'도 1일 회동해 각각 소속 의원들을 설득해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역할을 다짐했다.

국회 정상화 여부는 이 총리의 사과 수준과 한나라당이 이를 수용하느냐 여부가 관건으로 오늘 내일이 고비가 될 듯하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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