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성화(聖畵) 속에 담긴 성화이야기

입력 2004-10-30 09:30:46

영국의 수호성인으로 추앙받는 성(聖) 조지. 그는 기독교의 승리를 위해 악과 싸우는 용사의 상징이다.

기독교 박해로 숨진 최초의 순교자 가운데 한 사람인 그는 리비아의 이교도 마을에 나타난 사람들을 잡아먹는 흉포한 용을 무찔러서 공주를 구하고 마을을 기독교로 개종시켰다는 전설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성 조지는 악에 대한 기독교의 승리를 상징하는 성화(聖畵)의 소재로 자주 차용된다.

15세기 초 파올로 우첼로가 그린 '용을 무찌르는 성 조지'도 대표적인 성화 가운데 하나다.

기독교에서의 성화, 즉 이콘(icon)은 영원한 진리의 빛인 신성을 구체적인 형태로 표현한 것으로, 그 자체가 신성시되기도 한다.

일본 최고의 신화인류학자로 꼽히는 나카자와 신이치 교수는 저서 '성화 이야기'(교양인 펴냄)에서 이 그림에 숨어 있는 또 다른 의미를 찾아낸다.

성 조지는 욕망과 집착의 틀에 갖힌 인간 정신을 해방시키려는 '정신의 기사'라는 것이다.

원제인 'Iconosophia(이콘의 지혜)'에서 암시하듯 저자는 고대의 성화 속에 담긴 인류의 근원적인 지혜를 끌어내 우리의 삶을 비추는 거울로 삼는다.

저자는 고행하는 세례자 요한을 그린 기독교 성화에서 시작해 원시 부족 사회의 통과 의례와 종교적 고행을 하나로 연결해 해석한다.

만다라에서는 생명이 살아 요동치는 세계의 원초적인 모습을 그림으로 설명하려 했던 옛 사람들의 정신을 읽어 낸다.

그에게 성화는 단순히 종교적 그림이 아니라 세계의 의미를 '해독'할 수 있는 복잡다단한 인류학적 코드를 내장한 상징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현대인들이 인간 존재의 의미를 찾으려면 신성, 무한 , 사랑의 힘이 비롯됐던 처음으로 돌아가야 하며 그 촉매로 성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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