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국회 본회의 파행을 사실상 주도한 이는 강재섭(姜在涉) 의원이었다.
이해찬 총리의 작심하듯 쏟아낸 막말수준 대응과 남경필 원내 수석부대표의 의사진행 발언 요구가 묵살됐지만 웬일인지 당 지도부는 이렇다 할 대응이 없었다.
마치 이 총리의 '차떼기' 발언을 예상치 못했던지 박근혜(朴槿惠) 대표와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 등은 심각한 표정으로 대책회의 만을 거듭할 뿐이었다.
그러자 본회의장 맨 끝줄에 앉아있던 강 의원이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그는 "지금 뭣들하느냐. 이렇게 우물쭈물 앉아서 될 말이냐"며 집단퇴장을 종용했고 화들짝 놀란 당 지도부가 그제서야 긴급 의총을 소집했다.
강 의원은 의총에서 "저도 상생의 정치 좋아하지만 이런 식의 상생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의원의 노기 띤 모습은 처음본다는 쑥덕거림이 나올 정도였다.
그는 지난 20일 자신의 홈 페이지에 '경국대전'을 인용, "영의정이란 백관(百官)을 총리하고 서정(庶政)을 공평하게 하며, 음양을 순조롭게 다스리고 국가를 경영하는 직책"이라며 "그런데 총리의 '베를린 발언'에는 악의적 적대의식 또는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에 대한 증오감이 그대로 묻어 있다"며 점잖은 투의 충고로 이 총리를 나무랐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강 의원은 강경한 어조로 "내가 정치를 10년이 넘게 했고 군사정권 시절에도 많은 총리를 봤지만, 이런 총리는 본 적이 없다"면서 "피감기관이면서 대정부질문에 정부 대표로 나온 사람이, 이건 소신이 아니라 오만의 극치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뭉개고 짓밟아도 상생논리에 함몰돼 우리가 아무 얘기 안하리라고 생각하는 오만의 극치, 한나라당을 국정 운영 파트너로 인정 안하고, 차떼기 정당이라고 하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을 했다"며 "원내대표는 빨리 대처해야 한다.
망신만 당해선 안된다"고 울분을 토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강 의원의 발언에 열렬한 박수로 화답했고, 이후 당 기류는 '총리 해임건의안 제출', '내각 총사퇴' 등 강경 투쟁노선이 대세를 이뤘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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