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재추진' 암중모색중?

입력 2004-10-23 09:46:17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대한 청와대의 기류가 점차 강성으로 변하고 있다.

김종민(金鍾民) 청와대 대변인은 22일 "헌재는 행정수도이전특별법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린 것이지 행정수도이전에 대한 판단을 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면서 청와대가 헌재결정을 우회하는 방법을 통해 행정수도이전을 재추진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이는 이날 오전부터 열린 청와대에 대한 국회운영위의 국정감사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김병준(金秉準) 정책실장은 관습헌법의 존재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국가균형발전의 큰 축이 무너졌다는 점에서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고 밝히고 "어떻게든 행정수도이전사업을 살려나갈 길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이날 국정과제회의와 학술원, 예술원상 수상자들과의 오찬 등을 통해 외부인사들을 만났으나 헌재결정에 대한 별다른 언급 없이 깊은 침묵을 지켰다.

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헌재)결정내용과 취지, 그 타당성과 효력의 범위 등을 심층적으로 검토해서 입장을 정할 것"이라는 뜻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헌재결정을 '수용'한다는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기자들은 청와대가 헌재결정을 수용한다는 것인지 여부를 분명하게 밝혀달라고 거듭 요청했지만 김 대변인은 "헌재의 결정으로 특별법의 효력과 그에 근거한 법적활동은 이미 중단됐으며 이를 정부대변인인 국정홍보처장이 밝히지 않았느냐"고 헌재결정에 따른 정부의 법적인 조치들을 설명하면서도 "수용한다는 의미가 뭐냐'며 헌재결정을 받아들이는 데는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헌재결정을 수용할 경우, 개헌을 통해 행정수도이전문제를 정면돌파하거나 행정수도이전을 포기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선택밖에 없다.

노 대통령이 반전을 위한 승부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돌고는 있지만 청와대의 현재 기류는 관습헌법을 인용한 헌재결정에 대한 여론반전을 기대하는 한편, 행정수도이전정책 좌절로 인한 허탈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어쨌든 노 대통령으로서는 탄핵복귀 이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직접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여 조만간 노 대통령이 내놓을 대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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