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국민하기가 정말 어렵네요." 헌법재판소가 '수도 이전 특별법'의 위헌 결정을 내린 21일 밤, 시민들은 찬반 양론을 쏟아내면서도 혼란스러워 했다.
또 먹고 살기가 어려운데 계속 이어지는 국론 분열이 짜증스럽다면서, 수도 이전을 둘러싼 국민투표가 실시될 경우 또 다른 혼란을 가져오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시민들이 많았다.
21일 오후 8시쯤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만난 시민들은 우울한 표정부터 지었다. 리어카에서 음식을 파는 신모(45·여)씨는 "정치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올해 들어 대통령 탄핵에다 총선, 그리고 수도 이전 논란까지 이어지니 너무 혼란스럽다"며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고 살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푸념했다.
모자 노점상인 김모(43)씨도 "국민들은 당장 먹고 살기 어려운데 수도 이전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그 많은 비용을 경제 살리는 데 투자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중앙로 버스승강장에서 만난 김진수(52·자영업)씨와 고교 동창 3명도 "올해 연초부터 탄핵심판으로 혼란스럽더니 수도이전 문제로 온 나라가 또다시 떠들썩하다"며 "수도이전을 하려면 국민투표를 또 해야 한다는데 서민들의 어려운 살림살이는 외면하고 이게 무슨 꼴이냐"고 했다.
이날 밤, 택시 안에서 승객과 기사가 주고받는 대화는 헌재의 결정이 거의 전부였다. 택시기사 이원익(47)씨는 "현 정부의 문제점을 드러낸 결과라고 본다"며 "개혁도 좋지만 한꺼번에 다 해치우려 해서는 안되는데 국민의 의견 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으니 이 모양이 된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타는 손님마다 헌재 결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며 "나라가 너무 시끄럽다"고 덧붙였다.
개인택시기사 김동현(57·대구 서구 비산동)씨도 "차라리 잘됐다는 손님들과 장기적으로 행정수도 이전이 지역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의견이 팽팽했다"며 "그러나 국가의 앞날을 걱정하기는 모두가 똑같았다"고 말했다.
또 택시기사 이태규(49·대구 수성구 범어동)씨는 "몇십조원이나 되는 돈을 쏟아부어 천도를 하기보다는 그 돈으로 실업을 해소하고 경기를 활성화하는 것이 우선 아니겠냐"며 "무엇보다도 먼저 경제가 일어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밤, 대구 남구 대명동 계명대 캠퍼스 부근도 수도 이전 논란으로 휩싸여 있었다. ㅎ식당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이형구(31·회사원)씨는 "이번 헌재 결정으로 안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지만 지방의 입장에서는 수도 이전이 유리하지 않겠느냐"며 "그러나 헌재 결정으로 수도이전 문제가 또다시 불거질 것이 뻔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영남대 2년 손재훈(24)씨도 "대선공약으로 수도 이전이 심판받았다고 생각되는데 이번 헌재의 결정은 아쉬움이 남는다"며 "결론이 날 때까지 국론 분열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날 밤, 대구시내 곳곳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헌재 결정을 놓고 갑론을박했다. 그러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만 그 누구의 얼굴에서도 밝은 표정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회1부
사진설명 : 21일 오후 시장 상인들이 '신행정수도이전 특별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보도된 매일신문을 관심있게 보고 있다. 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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