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상인 · 엽전의 처세술

입력 2004-10-22 09:24:14

'개성상인'(홍하상 지음/국일미디어 펴냄)

'엽전의 처세술'(딩 위옌스 지음/김영사 펴냄)

'경제가 좋지 않아 먹고 살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경제를 살리려 정부를 비롯해 각계 각층에서 처방들을 내놓고 있지만 별다른 효험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침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불황의 시대를 헤쳐나가는 나름의 비법을 담은 책이 나란히 출간돼 주목을 끌고 있다. 진리는 평범한 곳에 있다는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이들 책에서 제시하는 비법들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원칙론적이다.

먼저 한국경제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개성상인 출신 경영자 18명의 기업경영 이야기를 담은 '개성상인'. 중국의 화상(華商), 일본의 오사카 상인,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상인에 비견될 수 있는 개성상인들의 성공 노하우를 담고 있다.

고려와 조선을 거쳐 일제 강점기까지 한반도의 상업을 주름잡았던 개성상인은 송방(松房)이란 독특한 조직체계와 차인제도(差人制度·자식에게 경영수업을 시키기 위해 다른 상인의 상점에 수년간 취직시켜 일을 배우게 하던 관습)라는 경영제도, 사개치부법(四介治簿法)이라는 자신들만의 복식회계장부를 고안해 탁월한 상술을 펼쳤던 상인집단이다. 또 신용과 절약, 절제, 근면, 성실, 협동정신 등 상업의 원칙이 될만한 상도와 상철학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개성상인의 경영철학과 더불어 이 책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월남해 자린고비 정신으로 기업을 일궈 눈부신 경영실적을 올리고 있는 개성상인의 후예들도 다루고 있다. 개성상인의 경영철학으로 저자는 한 푼이라도 아끼면서도 쓸 데는 아낌없이 쓰고, 신용을 최고의 상도로 삼고 한눈 팔지 않으면서 신뢰경영, 무차입경영, 한우물경영을 실천하는 것을 꼽았다.

중국에서 2천만부가 팔렸다는 '엽전의 처세술'의 요지는 엽전 한 닢에 세상 살아가는 비법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젊은 시절, 온갖 풍상을 견뎌낸 듯한 노인으로부터 청나라 때의 엽전 하나를 받았다는 저자는 엽전에서 '성공의 열쇠'를 발견했다. 엽전 가운데의 작은 네모 구멍은 반듯하게 세상을 살아가라는 원칙을 가르쳐주고, 바깥의 둥근 모양은 원만하게 세상을 이끌어가는 기술을 갖추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주장이다.

엽전의 처세술을 보인 대표적 인물로 저자는 구 소련의 지도자 고르바초프를 거론하고 있다. 정치국 회의에서 당시의 한 각료가 고르바초프를 총비서로 추천하면서 두 가지 장점을 제시했다는 것. 그 하나는 고르바초프가 굳세고 강한, 무쇠같은 치아를 갖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의 인상이 항상 친절하다는 것이었다.

또 책 곳곳에 등장하는 심리학 관련 얘기들도 흥미롭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신경시스템은 진정한 실패와 상상 속의 실패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실패를 상상할 때 인간의 신경시스템은 그 인간이 진짜 실패한 것으로 여기며, 반대로 필승의 마음가짐을 가지면 인간의 내부 시스템은 성공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얘기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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