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광장-성매매 특별법에 대하여

입력 2004-10-20 11:21:55

법이란 무엇일까? 표준 국어사전에서는 '국가의 강제력을 수반하는 사회규범...'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또한 '그 자체의 성품을 간직하여 변하지 않고 軌範이 되어서 사람이 사물에 대하여 일정한 이해를 낳게 하는 근거가 되는 것'이라는 풀이도 있다.

법 전문가도 아니면서, 사전적 의미까지 불러 이렇게 서두를 시작하는 것은 성매매특별법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다.

이 법에 관한 글을 쓰겠다고 하니 옛 동료 하나가 웃으면서 몸조심하라고 당부 아닌 당부를 한다.

아닌게아니라 퍽 조심스러운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9월 23일부터 이 법이 시행되면서 한 달간의 집중 단속이 선포되자, 어쩌면 나라 전체가 들썩 하는 기분이 느껴졌다.

대단히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였고,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났으며, 이 법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범주의 사람들로부터 격렬한 저항을 받고 있다.

이 법으로 '생계'에 타격을 받는다는 집단, 그 집단의 생계를 걱정해주는 집단, 그 모든 걱정의 근원이 이 법의 제정에 힘을 쏟은 여성단체에 있다고 질타하는 집단들이 저항의 주체라고 규정한다면 무리일까?

먼저 밝히자면, 현재의 성매매특별법은 앞으로 더 정교한 '손질'이 필요한 법이며 보완해야할 제도와 대안들이 더 고민되어야 한다는데 동의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금 이 시대에 꼭 실현되어야할 필요한 법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나라는 성매매를 불법으로 규정하며 '금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이다.

그런데 그 금지주의를 지탱하는 법률은 '윤락행위등 방지법'이 고작이었다.

흔히 윤방법이라고 줄여 부르던 이 법은, 성을 사고파는 것을 윤락이나 매춘이라고 하면서 법 스스로가 性을 하나의 꽃이나 상품으로 인정하는 오류를 범했다.

반드시 그래서만은 아니지만 근본적으로 性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함의한 이 법은, 결국 법의 권위를 국가 스스로 솜방망이로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다.

생명을 사고팔아서는 안되는 것처럼, 性 또한 사고파는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일명 性 産業이라는 현재의 시장이 연간 1조원이 넘는다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해서 버는 돈 즉, 우리 스스로 경계할 것들을 침범하고 인정하여 인간 존엄을 상실한 대가가 아닌가. 한편에서는 性이 문란해지고 도덕이 땅에 떨어졌다고 걱정하면서, 한편에서는 그 문란함으로 산업이 번성하는 것을 방치하는 이중성이 우리 사회의 현주소인 것이다.

법이 '사람이 사물에 대하여 일정한 이해를 낳게 하는 근거가 되는 것'이라는 기능을 하려면, 우선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를 엄정하게 알려야 할 것이다.

성매매특별법은 과거의 윤방법이 간과하거나 시늉만 한 잘못됨의 '바로잡음'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사람이 마땅히 할 일과 하지 말아야할 일을 '이해'하도록 강제하고 있을 뿐이라고 본다.

당장 완비된 제도로 성 산업 종사자들의 전업과 생계를 보장하지 못하는 것은 가슴 아프다.

그러나 어떤 정책도 현재의 종사자들 모두가 현재의 소득을 유지하며 충격 없이 살 수 있게는 못할 것이다.

다만 일반적인 실직자, 저소득층, 비정규직들이 자활 자립하는 것과는 차별화된 내용과 방식으로 정책이 접근해야 하며, 한시적이나마 더 나은 조건의 예산을 배정하여 안정적 전업을 도모해야할 것이다.

항간에는 남성의 참을 수 없는 욕구 때문에 성폭력이 증가할 것이라거나, 음지에서 더 성행할 것이라는 협박성 담론이 유포되고 있다.

누가 왜 그렇게 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분명한 것은 이 법을 여성단체가 만든 것이 아니라, 法으로 금한 일을 業으로 삼았던 사람들이나, 법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했던 정부나, 성 문란을 욕하면서도 돈으로 그것을 사왔던 사람들이나, 그런 모든 현상을 묵인해왔던 우리 모두가, 결국 이 법 제정에 기여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니 그들의 생계걱정도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내 성의식의 색안경을 벗는 일이 더 급선무가 아닌가, 돌아볼 일이다.

전 포항여성회 회장·포항남부 재활후견기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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