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중국에서 두뇌가 명석하기로 이름났던 하후은(夏候隱)은 낮잠이 많기로도 유명했던 모양이다. 사리판단이 빼어나 칭송을 받았던 그는 산을 오를 때나 물을 건널 때도 졸면서 걷고 건널 정도였다고 한다. 심지어 동행한 사람에게 코를 고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지만 징검다리 하나 헛디디지 않을 정도였다니 신기하기까지 하지 않은가. 그는 어쩌면 아득한 옛날에 이미 낮잠이 머리를 명석하게 해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몸소 그 낮잠을 활용하고 만끽한 경우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 사람은 인생의 3분의 1을 잠을 자면서 보낸다. 잠을 잘 자는 건 건강을 지키고, 오래 사는 첫걸음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낮잠을 적절하게 즐기는 것도 건강을 지키는 덕목이라며, 남미 등 더운 나라에서는 낮잠자기를 제도화(시에스타)한 경우도 없지 않다. 수면 부족은 무기력, 집중력 감퇴, 기억력 저하, 정서 불안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하지만 잠을 많이 자는 게 능사는 아니다. 얼마나 잤는가의 시간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잤는가의 '질'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모든 게 그렇듯이, 지나치면 문제가 생긴다. 낮잠을 많이 자면 오히려 무기력 상태에 빠져 일의 능률이 떨어진다는 보고도 있었다. 낮에 유난히 졸리면 난치성 수면 장애인 기면증(嗜眠症) 환자일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 기면증의 원인이 뇌 특정 부위 활동 저하 때문이라는 사실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처음 밝혀져 화제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의 홍승봉 교수, 주은연 전임강사 연구팀은 기면증 환자 24명과 정상적인 사람 24명의 뇌를 양전자단층촬영기를 이용해 관찰한 결과 기면증 환자는 시상하부'시상'전두엽'두정엽 부위에서 포도당 대사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 세계적인 임상신경학 학술지인 '뉴롤로지' 최근호에 실린 이 연구로 기면증 환자의 뇌 활동이 크게 떨어진 부위를 정확하게 발견해냄으로써 진단과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밤잠을 충분히 잤는데도 낮에 유난히 졸리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낮에 졸음이 심하면 뇌의 이상에 의한 질병이라니 건강에 좋다고 무턱대고 낮잠을 즐기는 사람들은 조심할 일이다.
이태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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