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미술 태동은 19세기 풍속화

입력 2004-10-09 08:55:45

한국 근대미술은 조선후기 근대적 의식의 변화를 계기로 생성된 풍속화에서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중희 계명대 교수(동양화과) 는 8일 한국근대미술사학회 주관으로 계명대 시청각실에서 열린 '한국미술의 근대성 탐구'란 주제의 전국학술대회에서 "조선후기 화폐경제의 발전은 근대적 의식의 변화를 일으킨 동인이 됐고, 이 과정에서 근대미술의 맹아인 풍속화가 대두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조선후기 신흥부유층인 제3계층은 상업의 발달을 계기로 신분제 억압의 탈피를 열망했고, 이에 따라 근대적 사고, 물질주의, 자아의식의 생성 등 의식변화를 기반으로 자신들의 문화를 창출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조선후기 영·정조시대의 상업발달이 김홍도·신윤복을 주축으로 한 풍속화를 비롯해 판소리, 탈춤 등 서민문화 발흥의 원동력이 됐다는 것. 이 교수는 근대성을 기초로 한 이 문화의 특징으로는 인간 삶을 중심에 둔 문화, 집단적이고 동적인 문화, 현실적·사회비판적 의식의 발로 등을 꼽을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미술평론가 최열(가나아트 대표)씨는 '한국근대미술 기점재론'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20세기말 근대미술 기점론은 '외부충격론'과 '내재변화론'의 대립구도로 전개돼 왔다"며 "사회구성체의 변화와 동북아 지역의 독자성을 내세운 방법론 등을 통해 근대기점설 논의의 수준이 한층 높아졌다"고 말했다.

'외부충격론자'는 중세봉건성을 바탕으로 한 19세기 중인계층의 미학과 조형 특징, 미술제도의 혁신이 서구화의 충격으로부터 비롯됐다고 보는 반면, '내재변화론자'는 경제구조와 도시문화의 발달, 미의식의 변화가 19세기 중인 계층의 미학과 이념, 조형의 변화를 이끌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최씨는 "근대미술의 기점은 조선후기 중인계층을 둘러싼 보수성과 진보성의 대립구도로 논의가 모아지고 있다"며 근대미술의 태동시기를 '19세기 중엽설'에 무게를 두었다.

한편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린 전국학술대회에는 '심전 안중식 회화의 근대성과 작품 진위문제'(박동수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연구원), '조선미전의 동양화 화풍분석'(이매애 계명대 강사), '일제시기 경성을 통해 본 식민지 근대성'(박세환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 '일제시대 재한 일본인의 청자제작'(엄승희 숙명여대 강사) 등의 주제발표와 토론 등이 벌어졌다.

전국 각 대학 미술 관련 전공자 250여명으로 꾸려진 한국근대미술사학회(학회장 이중희)는 지난 93년 발족한 이후 지금까지 매년 전국학술대회를 열어왔으며, 올해 처음으로 대구지역에서 열렸다.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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