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함께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머리나 가슴에 깊숙이 달라붙은 채 좀처럼 떨어져 나가지 않은 과거는 또 무엇인가? 여기서 벗어나는 방법은 있기나 한 것일까?
제9회 부산영화제 개막작 '2046'(22일 국내 개봉)에는 왕자웨이 감독의 한결같은 고민이 담겨 있다. '한 사람과 다른 사람의 관계',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 사이의 집착'. 1990년 '아비정전'에서, 혹은 그 이전에 데뷔작 '열혈남아'에서 끊임없이 그를 괴롭히던 이 고민에 해답이 이제 나왔을까?
오랫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왕자웨이 감독의 신작 '2046'이 부산영화제를 통해 국내에 처음 공개됐다. 이미 올해 5월 칸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지만 이번에 부산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수차례 수정과 재촬영을 거친 새로운 편집본이다.
제목 '2046'은 주인공 차우의 옆방 번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1997년 홍콩 반환 뒤 50년이 지난 해이기도 하다. 중국은 97년 홍콩 반환 당시 '앞으로 50년간 홍콩의 지위를 지금처럼 유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감독은 "2046이라는 숫자와 인물들의 사랑이 합쳐지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궁금했다"며 제목의 의미를 밝힌 바 있다.
영화는 과거에서 벗어나려 하는, 하지만 잊으려 할수록 기억은 오히려 선명해지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감독의 전작으로 치면 '아비정전'이나 '화양연화'의 연장선에 있어 보인다. 남자 주인공의 이름(차우)과 직업(기자)이 같고 차우가 잊고 싶어하는 여자 수리진은 '아비정전'에서 장만위(張曼玉)가 연기했던 캐릭터와 같은 이름이다.
주요 배경은 이들 영화와 같은 1960년대 홍콩. 차우가 쓰고있는 소설을 2046년 미래의 이야기도 중간중간 삽입된다. 2046은 차우가 묵고 있는 호텔의 방 번호 중 하나. 그는 2047호에 머물면서 2046호의 여성들과 관계를 갖는다.
그동안 그의 영화의 주된 관심이 사람 사이의 관계와 그 사이에서 생겨나는 가슴아픈 과거의 기억이었다면 감독은 이 오랜 고민에 대해 일단락을 짓고 싶어했던 것 같다.
이런 고민은 영화의 또다른 액자 이야기이기도 하며, 차우가 쓰는 소설 '2047'을 통해 해답이 보여진다. 감독은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의 이야기와 40년 후의 소설을 번갈아 보여주며 해답을 찾아 나선다.
액자의 주인공인 일본 남자(기무라 다쿠야)는 사이보그 여자(王靖雯)에게 묻는다. "나와 함께 떠날 수 있을 것인가?" '희망' 혹은 '꿈'이라는 이미지의 미래로 떠나려 하지만 남자는 사이보그 여자에게 거절당한다. 아무도 과거로 부터 도망갈 수는 없다. 도망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 뿐.
'2046'은 우선 영상미에서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만큼 감독의 탁월한 감각이 돋보인다. 세상을 그처럼 아름답게 보는 사람이 또 있을까? 그 눈은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며 관객들을 영화 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영화가 주는 다른 보너스는 중화권 혹은 아시아권의 톱스타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것이다. 량차오웨이(梁朝偉)와 카리나 로우(劉嘉玲), 특별출연하는 장만위 등은 이미 그의 영화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 이외에도 궁리(鞏悧), 장쯔이(章子怡)와 일본 배우이며 그룹 스마프의 멤버이기도 한 기무라 다쿠야 등이 새로 가세했다.(연합뉴스)
사진설명 : 제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2046'의 왕자웨이 감독이 7일 오후 부산 해운대 메가박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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