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기자-비슬초-美8군 '영어교육지원 협력'

입력 2004-10-04 08:56:29

비슬초교는 전교생이 70여명 남짓한 작은 학교다.

수업이 끝나면 도시아이들처럼 입시학원, 피아노 학원으로 가는 대신 우리들은 운동장에서 땅따먹기, 술래잡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에 더 익숙해져 있다.

이런 우리들의 모습이 달라진 것은 지난해 미8군 부대와 '영어교육지원 협력'을 체결하면서부터. 얼굴도 익숙하지 않은 미군들과 이메일을 주고받기 시작했고 2학기에 들면서는 매주 토요일, 3~6학년 학생들이 미군 선생님들로부터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미군 선생님들에게 직접 영어를 배운다니, 처음에는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집에서 영어 인사말을 연습했지만 막상 미군 선생님을 만나면 생각만 머릿속에 윙윙 돌뿐 입은 자물쇠로 잠궈 놓은 듯 열리지 않았다.

'미군 선생님이 나에게 말을 걸면 뭐라고 해야 할까?' 겁부터 났다.

하지만 수업이 진행될수록 미군 선생님들은 친절하게 우리를 대해 주었다.

알아듣지 못하는 부분은 손짓, 몸짓으로 가르쳐주었다.

영어 배우는 것이 지겨울까봐 게임을 하며, 이기거나 잘한 학생들에게는 과자나 사탕, 초콜릿 등을 나눠주기도 했다.

일년 동안 미군 선생님들과 영어공부를 하면서 우리들은 외국사람들이 무섭기는커녕 상냥한 분들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 우리들은 외국인을 만나더라도 스스럼없이 "Hello", "Hi" "Where are you from?"같이 간단한 말을 건넬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이 생겼다.

영어에 자신감이 생기면서 조금씩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의 생각을 외국사람들에게 표현하고, 궁금한 것은 물어보고 질문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이런 욕심은 서보영 선생님을 만나면서 채워지게 됐다.

서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매일 영어일기 쓰기를 써오게 했다.

처음에는 '날짜', '날씨', '하루일과' 등 우리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영어일기장에 적었다.

매일 아침자습시간에 배웠던 몇 개의 영어문장을 응용해서 그날 저녁에 영어일기를 쓰고 다음날 아침에 영어일기를 친구들에게 읽어주면 친구들은 해석을 하는 활동이 6개월간 계속되었다.

7월부터는 우리 학반 홈페이지에는 '영어로 쓰는 일기'라는 게시판이 만들어 졌다.

우리들은 영어 일기를 쓰고 게시판에 이것을 올렸다.

다른 친구들이 쓴 영어일기를 읽고, 꼬리말 형식으로 해석을 했다.

영어일기쓰기는 방학숙제로 계속되었고, 선생님은 틈틈이 게시판에 올려져 있는 영어일기를 검사해 주셨다.

영어일기를 쓰고 나서부터 내 생각을 영어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는 보람은 있지만, 한글로 쓰는 일기와 마찬가지로 비슷한 내용을 매일 반복적으로 쓰다 보니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선생님은 2학기부터 아침 자습시간에 영어편지를 쓰게 했다

영어 편지를 쓰면서 질문하는 표현을 많이 배우게 됐다.

궁금한 것은 질문하고, 특히 '내가 좋아하는 것', '나의 소개', '나의 외모'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알려줄 수 있는 것도 영어편지의 또 다른 즐거움이 됐다.

2학기가 시작되는 첫날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졸업할 때쯤 외국친구들과 펜팔을 할 수 있는 실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미군 선생님을 만나면서 가졌던 불안감은 1년도 지나지 않아 완전히 사라졌다.

이제는 내 생각을 자연스럽게 영어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비슬초교 학생 모두가 그럴 것이다.

영어는 이제 무엇보다 재미있는 과목이 되었다.

김민숙(대구비슬초등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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