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개막

입력 2004-10-04 08:56:29

대구 '국제 오페라 축제' 개막공연

오페라는 '보러 간다'는 표현이 허락되는 유일한 음악장르다.

최근 몇년새 국내에서는 야외오페라가 유행처럼 공연되고 있는데 사운드 못지 않게 비주얼이 중시되는 대중들의 기호를 반영한 문화 코드가 아닌가 한다.

◇'피가로의 결혼'을 야외오페라로 즐긴다

'2004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개막공연으로 이탈리아 로마오페라단이 '피가로의 결혼'을 야외오페라로 올린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약간은 의외였다.

야외오페라라면 베르디의 '아이다'나 푸치니의 '투란도트'처럼 소재 자체가 스케일이 큰 작품이 제격이라는 관념 때문이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오페라 부파(buffa·희극 오페라) 영화로 치자면 유쾌한 코미디물이다.

모차르트의 3대 걸작 오페라로 꼽히지만 스펙터클이나 스케일과는 거리가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로마오페라단은 세계 10대 오페라단 중 하나로 꼽힌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한국-이탈리아 수교 120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작품이다.

10월 15~17일 서울올림픽공원 내 특설무대에서 공연되기 전 대구에서 먼저 선을 뵌다.

주최 측이 밝힌 '피가로의 결혼'의 제작비는 19억원. 적잖은 금액이지만 야외오페라로서는 그리 많은 것도 아니다.

주최 측은 "이탈리아 최고의 제작진이 잘 만든 오페라"라고 홍보하고 있다.

가깝고도 넓은 시야를 자랑하는 유럽스타일의 야외오페라로서, 어쿠스틱 자연음향에 가까운 맑고 생생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볼거리에 치중한 나머지 오페라 본연의 음악적 조화가 깨지는 야외 오페라의 단점을 극복하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제작진과 출연진

'피가로의 결혼' 제작에 참여한 스태프진은 오페라계에서 명성이 높은 인물들이다.

오케스트라 지휘를 맡을 파올로 올미와 연출가 레프 뿔리에제는 현재 세계 오페라계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정상급 지휘자와 전문 연출자이다.

야외오페라인 만큼 무대 디자인이 중요한데 무대를 맡은 까밀로 파라비치니는 세계적인 작화가로 알려져 있다.

합창 총괄은 호세 마리아 슈또가, 조명은 스테파노 피란델로가 담당한다.

또한 이탈리아 인터내셔널 오케스트라(OIDI)와 벤띠디오바쏘 합창단이 함께 한다.

주요 캐스팅을 보면 알마비바 백작역에 파올로 코니, 백작부인 역에 소피아 미트로폴로스, 피가로 역에 엘리아 파비안, 수잔나 역에 파트리치아 치냐, 케루비노 역에 수잔나 사빅 등 이탈리아 오페라계에서 활동 중인 정상급 성악가들이 출연한다.

◇'피가로의 결혼'은 어떤 작품

'피가로의 결혼'은 치밀한 대본과 모차르트의 천의무봉하면서도 위트가 넘치는 음악이 조화를 이룬 걸작이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희극작가 보마세르의 동명 희극을 바탕으로 삼아 '음악과 언어의 일치'라는 음악적 연출법이 빛을 발한다.

여유있는 긴장감을 유지하는 멜로디와 교묘한 앙상블, 다양한 오케스트레이션 등을 통해 주인공들이 각종 해프닝을 겪으면서 진실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대본만을 놓고 볼 때 '피가로의 결혼'은 로시니의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속편이다.

전편에서 이발사 피가로 등을 매수해 원하는 처녀를 아내로 맞은 알마비바 백작은 '피가로의 결혼'에서 상습적으로 다른 여자와 놀아나는 바람둥이로 등장한다.

백작의 하인으로 등장하는 피가로가 하녀 수잔나와 결혼하려 하자, 백작은 초야권(영주가 신랑에 앞서 신부와 동침할 권리)을 발동시켜 수잔나를 범할 계략을 꾸민다.

피가로와 수잔나, 백작부인은 이에 맞서 갖은 속임수와 책략으로 백작을 무릎꿇게 만든다.

'피가로의 결혼'은 외형상 통속적이고 가벼운 코미디이지만 한 꺼풀 들춰보면 귀족의 횡포에 대한 서민들의 저항이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았다

계급의 권위에 대한 분노와 도전, 조롱을 담은 아리아를 부르는 피가로는 귀족의 귀에 봉사하는 삶을 강요당한 모차르트 그 자신일 수도 있다.

총 4막 3시간 15분으로 러닝타임이 긴 편. 피가로의 '더 이상 날지 못하리 (Non piu andri)', 백작부인의 '그리운 시절은 가고 (Dove sono I bei momenti)', 케루비노의 '나 자신을 알 수 없네 (Non so piu cosa son)' 등 걸작 아리아도 많다.

특히 백작부인과 수잔나가 부르는 '편지 이중창 (Che soave zeffiretto)'은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주인공이 간수 몰래 죄수들에게 틀어주는 바로 그 아리아다.

10월 8일 오후 7시 30분 대구전시컨벤션센터 야외특설무대. 입장료 4만~15만원. 문의 1588-7890.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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