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요구르트사건 "범인은 전문가(?)"

입력 2004-09-30 12:51:31

30대 용의자 현상금 2천만원

대구의 도심 공원에서 최근 잇따라 일어난 '살충제 요구르트' 사건은 농약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뚜렷한 살의(殺意)를 갖고, 치밀하게 준비한 범행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달성공원에서 피해자들이 목격한 50대 남녀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제보자에게 신고 보상금 2천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치밀한 준비와 연쇄 범행

30일 경찰은 지난 9일 두류공원의 벤치에서 마시지않은 요구르트 한병(65g)을 수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성분 분석을 한 결과 '메소밀'이 생명에 위협을 주는 수준인 2g이나 들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이 메소밀을 넣은 요구르트를 한병이 아닌 3-4개씩 놓아둔 것으로 볼때 살해 목적으로 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범인이 수많은 농약중에서도 '메소밀'을 선택하고, 요구르트에 이를 넣은 수법도 치밀해 경찰을 더욱 놀라게 하고 있다. '메소밀'의 원액은 무색 무취하며 WHO에서 1급 독성 농약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 게다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수많은 농약 가운데서 음료에 희석될 수 있는 제품은 '메소밀'을 포함, 몇가지가 안된다.

천안 순천향의대 농약중독 연구소 홍세용 박사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농약 종류만 수백가지가 넘는다"며 "이 가운데서도 메소밀의 특성을 알고 이를 이용한 만큼 농약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가진 전문가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범행 장소인 두류.달성공원에서 무료 급식이 자주 이뤄지고 이때 요구르트가 제공되는 점을 이용, 피해자들의 의심을 사지않을 것으로 판단해 요구르트를 범행에 이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용의자 및 수사 방향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달성.두류 공원 일대에 사건 내용을 적은 전단지 10만매를 뿌리고 제보자를 찾고 있다.

특히 경찰은 노숙자 주변을 상대로 한 수사에도 주력하고 있다.

앞산이나 망우공원 등 다른 공원에서는 범행이 발생하지 않은데다 노숙자들이 달성.두류공원에서 주로 활동하고, 벤치에 방치된 음식물에 쉽게 손을 댈수 있는 사람도 노숙자로 한정되기 때문.

수사본부 관계자는 "동일범이 두 공원을 오가며 노숙자를 범행 대상으로 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또 범인 무료 급식때 요구르트가 제공되는 사실을 알고, 두 공원의 상황에 대해서도 상당히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추가 범행을 막고 용의자 확보를 위해 두 공원 주변에 수사 인력을 집중 배치, 탐문 수사를 펴고 있으며 유력한 제보자에게는 신고 보상금 2천만원을 지급할 방침이다. 이상헌 기자 문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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