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위기'를 잘 넘기고 나면 곧이어 '좋은 기회'가 온다고들 한다. 위기를 막았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찬스를 만들어내고 득점까지 연결된다는 논리인데 경기 흐름상 그렇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야구는 그만큼 흐름이 승패를 좌우하는 경기 중 하나이고, 그 어느 스포츠보다 인간 심리가 크게 작용하는 경기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정치와 경제, 사회상황도 마찬가지다. 시중에서는 십중팔구 현재의 대한민국은 '총체적 위기상황'이라고 말한다. 불투명한 경기 전망과 내수 침체, 행정수도이전 논란,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여야 극한 대립, 친일진상규명법안 제정, 끊임없는 노사충돌, 지지부진한 북핵 6자회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문제, 일본 경제의 부활 조짐과 중국의 급성장 등 숱한 요소들이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더욱이 우려되는 것은 우리 앞을 가로막는 이 같은 걸림돌들에 대한 해결책이 나오고 있는 것도 아니고 가까운 시일내 풀릴 것이라는 비전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위기증후군'에 따른 피로감으로 인해 우리가 스스로 무너지지나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렇다면 이 같은 위기의 원인은 무엇인가. 외부환경의 급격한 변화인가, 내부의 구조적 문제인가 아니면 내외부의 문제가 뒤얽힌 복합적인 문제인가. 국가나 사회구성원들이 위기의 원인을 알고는 있는가, 알고 있다면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가. 불행하게도 어렴풋이 짐작만할뿐 큰 목소리로 인과관계를 명쾌하게 진단하고 해결책을 내놓는 사람은 그리 많아보이지 않는다.
물론 역사적으로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오똑오똑 서온 한국인인지라 비관만 하고 있을 계제는 아니다. 누군가는 이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거시적인 시각으로 판세를 뒤집기 위해 암중모색하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성공적인 경영사례는 위기상황 때 우리가 배워야 할 좋은 교훈을 남겨주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요즘 시쳇말로 '잘 나가는' 기업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각고의 노력으로 극복했고, 그 열매를 지금 따고 있다는 것이 시장평가에서도 알 수 있다. 과거 '중저가 백색가전 기업'이라는 시장평가를 뛰어넘어 이제 첨단 디지털기술을 바탕으로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했고, 공급과잉의 시장상황에서 그저그런 기술력으로 저가 승용차만 생산하는 기업에서 '주식회사 한국'을 떠받치고 있는 메이커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물론 두 기업의 미래전략도 다르고 각자 공과도 다르지만 이 두 기업의 공통점은 위기상황에서 판세를 정확히 읽었다는 점이다. 앞서가는 기업들은 판세를 미리 정확하게 읽어내고 대비한다. 이는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분석해 확고한 목표를 세우고 주도면밀한 계획과 정책결정, 투자를 통해 성공으로 연결시키는 힘의 원천이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하거나, 목표도 없이 자중지란에 빠져 역량을 조직화하지 못하면 성공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오히려 위기를 자초할 뿐이다.
국내 프로야구가 페넌트 레이스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이제 포스트시즌에서 결실을 거둘 때가 온 것이다.
올 시즌 중위권 전력으로 평가받았던 삼성라이온즈가 팀 창단 이후 첫 10연패라는 아픔을 딛고 여름 이후 꾸준히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승엽, 마해영 등 거포들의 이적과 병풍(兵風)이라는 거센 맞바람도 맞았지만 삼성라이온즈가 이렇게 될 것이라는 것을 누가 짐작이라도 했을까? 그 해답은 삼성이 '야구는 조직력의 스포츠'라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은 아닐까. 메이저리그에서도 이 같은 선례가 수없이 많다는 점이 설득력있게 들린다.
대한민국도 이제부터라도 산적한 현안들을 거시적 시각에서 들여다보자. '모 아니면 도'라는 올인 방식에서 탈피해야 희망이 보인다. 정치권은 리더십을 발휘해 분열된 여론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이 시대의 화두는 '통일'이고 대한민국은 어느 한 사람, 한 세대, 한 정당의 대한민국이 아니지 않은가. 한꺼번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조급함에서 벗어나야 된다. 지금 우리의 모습과 중국.일본 등 우리 주변의 행보가 '아일퇴 피일진(我日退 彼日進)'하는 형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물론 노선도 중요하고 과정도 중요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자존심과 번영은 분열에서가 아니라 통일에서 힘이 나온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이 있을까. 전체적인 판세와 흐름을 좇아 목표를 착실히 이뤄나갈 때 대한민국이 살아난다.
서종철(특집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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