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교육정상화의 길

입력 2004-09-23 08:57:08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아마도 세상은 거의 단일 시장으로 수렴된 상태일 것이며, 글로벌 경쟁이 거의 일상적인 일로 자리잡는 세상이 될 것이다.

그런 세상을 내다보고 미래를 대비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아이들의 교육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장관이 바뀌 때마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나오는 각종 교육개혁안을 보고 있노라면 매번 개선책보다는 원래 의도와 다른 방향의 대안들이 나오고 있음에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근래에 발표된 2008년도 대입 개선안 역시 내신을 대폭 강화하고, 고교 등급제나 본고사 등을 통한 학교 간 차이를 금지하는 데 그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엄연히 학교마다 차이가 존재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그토록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까닭을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지난 14일에 발표된 '2004년도 OECD 교육지표'는 주목할 만한 사실을 담고 있다.

한국은 학교교육비의 민간부담률과 국내총생산 대비 학교교육비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폴란드와 함께 조사 대상 49개국 가운데 만 15세 이상 학생들의 학교에 대한 소속감이 가장 낮은 나라로 밝혀졌다.

소속감을 고객 만족지수로 해석하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있지만,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의 학교 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바닥 상태이다.

게다가 대학교육의 경쟁력도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의 상하이쟈오퉁(上海交通) 대학이 전세계 500위권 대학의 순위를 매긴 결과 서울대조차 150위권 내에도 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 대학 중 순위에 포함된 500위 권에 선정된 곳은 서울대를 비롯해 연세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포항공대, 성균관대, 고려대, 한양대, 경북대 등 8개 대학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교역규모가 12위 수준, 1인당 국민 소득규모가 세계 49위 수준임을 고려하면 아무리 후하게 보아도 한국 교육의 실상을 짐작하는데 어렵지 않다.

뿐만 아니라 올 한 해 동안 해외 유학이나 연수 비용으로 나가는 돈이 무려 100억달러를 육박할 것이라는 추계치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더 이상 교육은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 그냥 내버려둘 수 없는 문제다.

더욱이 경제적인 시각에서도 경상수지 흑자를 위협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나는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을 전면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교육의 경쟁력 향상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 특히 교육에 이해가 얽혀 있는 사람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교육은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은 특별하다'는 믿음을 버리지 못하는 한 한국 교육의 위기는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교육 또한 다른 산업 분야와 마찬가지로 생각하면 된다.

경쟁과 개방을 활성화하고 차별화를 인정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시장의 영역이 대폭 확대됨으로써 다른 산업 분야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실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평등의 덫에 사로잡힌 나머지 하향 평준화를 지향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기본적인 교육서비스 이외엔 실력과 지불 의사에 따라 다양한 차별화가 가능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한 한 정부의 비중이나 영향력을 현저히 줄여나가야 한다.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 향상은 잘나가는 산업들이 이제껏 실천에 옮겨서 효과를 봐왔고 지금도 보고 있는 원리원칙이기도 하다.

아마도 이런 주장에 대해서 신자유주의와 시장근본(지상)주의의 음모(?)라고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정책에 영향을 행사하는 한 아이들은 힘든 미래를 맞게 될 것이다.

기존 교육 체제와 직간접으로 이해가 얽힌 사람들에 의해 한국 교육이 포획되어 있는 한 경쟁력 하락은 앞으로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생각과 철학이 시스템을 만든다'는 말처럼 올바른 생각과 철학이 서지 않는 한 한국 교육은 사회주의화된 수령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을 것이다.

소비자의 교육선택권이 주어지지 않고, 경쟁과 혁신과 실험이 가능하지 않은 곳에서 어떻게 더 나은 산업을 바랄 수 있는가? 문제의 근원에 대한 해결책 없이 미봉책으로 일관하는 교육개선안을 바라보면서 이미 있는 기존의 체제를 수선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절감하게 된다.공병호·공병호 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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