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외국인 고용허가제 시행 한 달

입력 2004-09-17 11:39:08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시행 한 달째를 맞았다.

정부가 산업연수생제만 유지하다 8월 17일부터 병행 실시하는 고용허가제는 당초 우려가 컸지만 대구.경북 일부 제조업체들 사이에 산업연수생제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서서히 정착해 가는 모습이다.

지금까지 대구.경북 고용허가제 신청 현황과 왜 고용허가제를 선택하는지, 향후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현황

대구종합고용안정센터와 북부고용안정센터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기에 앞서 한달간 내국인 구인 노력을 해야 하는 고용허가제 규정에 따라 내국인 인력부족확인서를 확보한 대구.경북 중소업체들은 14일 현재 188개 업체 799명에 달하고 있다. 이 중 외국인노동자와 구체적 근로계약 체결을 완료한 업체는 114개업체 334명으로 빠르면 10월 중 국내에 입국할 것으로 보인다.

현장 관계자들은 "대구.경북 중소업체들은 처음 우려와 달리 시행 한 달만에 1천여명에 가까운 외국인 노동자들을 신청해 폭발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판단된다"며 "고용안정센터 창구에 외국인노동자들을 구인하려는 업체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왜 고용허가제인가

고용허가제를 신청한 대구.경북 중소업체들은 고용허가제가 실시되기 전 외국인노동자 구인의 유일한 통로였던 산업연수생제의 구조적 모순을 지적하며 고용허가제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영천에서 자동차부품 공장을 운영하는 강영환 사장은 빠르면 내달 안으로 스리랑카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 4명을 새 식구로 맞아들인다. 사실 40여명의 직원을 채용하고 있는 강 사장은 그동안 늘 일손이 딸렸지만 제도적 모순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지 못했다.

강사장은 "같은 제조업이라 하더라도 생산 설비 및 공장을 임대한 중소업체들은 법상 소사장제라 불리는 서비스업으로 분류돼 산업연수생제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었다"며 "고용허가제 실시에 따라 임대업체들의 외국인 고용에 숨통이 트였다"고 말했다.

구미 (주)대동전자는 대구.경북에서는 가장 많은 30명의 동남아 일대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허가제로 확보했다. 휴대폰 부품을 조립하는 대동전자는 인력이 부족해 주문량을 맞추지 못할 정도로 급성장하는 회사지만 역시 제때 외국인 노동자를 구하지 못해 속앓이를 해 왔다.

대동전자 손장배 담당 과장은 "산업연수생제는 매출, 기업규모 등에 따라 획일적 인력 배정 원칙을 적용해 매년 똑같은 업체만 연속적으로 외국인노동자를 배정받는다"며 "최근 5년간 단 한 번도 외국인 노동자를 배정받지 못해 외국인 고용허가제에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고용허가제 실시업체들은 일방적으로 배정 받기만 했던 산업연수생제와 달리 개별 업체들이 인력 리스트를 통해 직접 외국인노동자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용허가제의 질적 수준을 좀 더 높게 평가하고 있다.

◇향후 과제

산업연수생제의 구조적 모순을 비집고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다소 순항하는 듯 하지만 근본적 문제점은 여전하다. 인권단체와 외국인 노동자들은 '외국인노동자들은 부도, 폐업을 제외하고는 사업장을 이동할 수 없다"는 고용허가제 규정이 산업연수생제보다 더 불법체류자를 양산할 수 있다며 아직까지 반대.폐지 시위 등 단체 행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성서공단 한 관계자는 "과포화 상태에 이른 불법체류자들이 공단에 제 발로 찾아와 구직 요청을 하는 사태까지 이르고 있다"며 "불법체류자들에 관한 뚜렸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 고용허가제또한 결국 헛 구호에 그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사진설명) 고용허가제에 따른 외국인 노동자 구인 신청이 한달만에 1천여명에 육박하고 있다. 사진은 대구종합고용안정센터내 외국인 노동자 상담 모습. 정운철기자 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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