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할인마트 무한경쟁 돌입

입력 2004-09-08 09:27:01

오는 16일 문을 여는 대형 할인매장인 월마트 포항점(포항시 북구 양학동)은 포항의 유통업계에 또 하나의 중요한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왜냐하면 기존 대형 할인매장들 간의 치열한 접전 속에 뛰어들었고, 매장 규모도 가장 크다는 점에서 지역 유통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지역 유통업계는 월마트 개점이 지역에 어느 정도 파장을 몰고올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인근 메가마트의 경우 당초 이번달 말 임대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에 맞춰 문을 닫으려고 했다.

하지만 3년간 임대기간을 재연장했다.

'누가 이기나' 한번 맞붙어 보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홈플러스도 조만간 포항 진출을 확정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월마트 개점을 계기로 무한 경쟁 상황에 돌입한 포항지역 유통업계의 현실과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은 없는지 살펴본다.

▨ 어느 정도 치열한가

대형 할인매장들의 포항 진출은 지난 96년 유통시장 전면 개편에 따라 시작됐다.

외지 대형 할인매장들의 잇따른 개점으로 재래시장을 비롯한 중·소규모 슈퍼마켓들이 잇따라 문을 닫거나 매출이 급감했다.

급기야 일부 상인들은 포항시의 무분별한 대형 할인점 허가에 집단 반발했다.

그후 싸움은 대형 할인매장들 간에 더욱 치열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현재 포항은 거대 자본인 대형 백화점과 할인매장이 포항의 상경기를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대형 매장은 지역 상권을 단기간에 움켜쥐며 지역 경제의 또 다른 한 축을 이루었다.

하지만 외환위기와 함께 불어닥친 경기 침체에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일부 대형 할인매장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기 시작했다.

급기야 문을 닫는 매장도 생겨나게 됐다.

현재 포항에는 죽도시장을 비롯한 재래시장(21곳)과 동네 슈퍼마켓 등 기존 상권에다 월마트, 이마트, 메가마트, 대백 D-마킷 등 대형 할인매장, LG와 동아 등 군소 마트 등이 서로 뒤섞여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역 할인점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포항 인구에 비해 시장규모가 너무 커 이대로 가다가는 수년 안에 경쟁력을 갖춘 1,2개의 매장을 제외하곤 문을 닫는 사태가 속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5월 킴스클럽(포항역 앞)이 문을 닫은 이후로 지역 할인매장들의 불안은 현실이 됐다.

여기에 월마트가 추석을 앞둔 16일 오픈을 계획하고 있어 긴장감을 더해주고 있다.

사실 지역의 중·소형 할인 매장들은 월마트, 이마트, 메가마트 등 대형 매장이 들어오기 전만 해도 기존 상권을 적당히 분할한 채 안주해 왔다.

하지만 지난 2000년 문을 연 롯데백화점과 기존 대백쇼핑은 다양한 고가 상품으로 시내중심 상권을 장악했다.

이와 함께 이마트(인덕동)는 중저가 공세로 동남부권 상권을, 메가마트(지곡동)는 식료품 전문매장으로 포스코 주택단지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지역 유통업계는 미국계 거대자본인 월마트가 들어서면서 지역 유통시장도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에서 프랑스기업인 까르푸가 얼마 못가 문을 닫았듯 월마트 역시 지역 경기불황과 외국자본이라는 한계 때문에 순항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메가마트 마케팅담당 강석호씨는 "월마트 오픈은 지역 유통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며 "하지만 일시적인 쏠림현상은 그렇게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그만큼 유통시장이 불확실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지역 경제계는 이들 대형 할인 매장들에 지금껏 따가운 눈총을 보냈다.

지역 고용 창출 등 순기능도 적지 않았지만 지금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오히려 더 심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죽도시장 상가번영회 이창혁 사무국장은 "이 같은 대형 할인매장 난립은 극심한 소비위축에 편승해 기존 포항지역의 유통구조를 무너뜨릴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 재래시장들의 몸부림

대안제시는 의외로 재래시장에서 나왔다.

죽도시장에서 20년째 야채상을 하는 백남도(52)씨는 "재래시장은 나름대로의 경쟁력이 있다"며 "소비자들이 주머니를 열지 않는 것은 할 수 없지만 전통 장터기능 등 재래시장 나름대로의 장점을 살린다면 얼마든지 상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죽도시장 상가번영회는 대안으로 대형 매장과 재래시장 간의 제휴를 대안으로 내놨다.

서로의 장점을 살리면서 상생의 길을 찾자는 것. 죽도시장이 제안한 상생의 한 방안으로 활어, 선어, 건어물 등 전국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시장 상품을 대형마트에서 취급해달라는 것이다.

즉 죽도시장의 로고와 캐릭터를 단 고유브랜드를 붙여 대형유통마트에 도매단가로 공급,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자는 것.

죽도시장은 또 대형매장의 쇼핑백 양면 중 한면을 죽도시장 로고를 찍는 방안 등의 '적 마케팅'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할 경우 대형매장은 체계적인 유통 조직을 활용하는 한편 죽도시장 등 재래시장은 양질의 값싼 물건을 도매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죽도시장은 지난달 국내 최초로 '죽도시장 사랑권'이란 재래시장 상품권을 발행했다.

얼핏보면 재래시장과 상품권은 어울리지 않지만 위축되어 가는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한 몸부림으로 공단업체들이 적극 나서고 있다.

아울러 재래시장 특성을 살리고 소비자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기 위해 상설공연장과 전통 놀이공연 등 다채로운 이벤트도 계획하고 있다.

현재 포항의 유통업계에는 대형 할인매장들의 잇따른 개점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상권 역시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한 기존 상권과 대형 할인매장으로 양분되고 있다.

이 같은 시점에서 월마트 포항점 개점은 포항 유통업 재편의 또 하나의 신호탄임은 분명한 것 같다.

포항·이채수기자 c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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