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들녘은 가을바람에 술렁이며 황금빛으로 갈아입고 있다.
누런 그 빛깔만큼이나 풍요의 기쁨으로 농민들은 가슴이 설렌다.
알곡이 익어가는 황금들녘만 가을의 풍요를 상징하는 것은 아니다.
이맘 때면 포구 또한 만선의 기쁨에 주절주절대는 노래소리로 가득하다.
잔잔한 수면을 헤치고 퍼득이는 은빛 전어들의 몸짓과 "어기야~디야, 어기여차"를 외치는 뱃사람들의 노랫가락. 바닷가는 삽시간에 뱃사람들과 살이 오른 전어들의 세상이다.
가을 전어는 이미 미식가들에겐 이름 높은 생선. '가을 전어 대가리엔 참깨가 서 말'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되돌아온다' '가을전어는 썩어도 전어'라는 말도 있다.
겨우 15㎝ 가량의 작은 물고기지만 그에 대한 찬사는 어느 음식 부럽지 않다.
하물며 돈이 아깝지 않아 돈 전(錢)을 붙여 전어(錢魚)라고 부를 정도. 매년 3~8월 산란기를 마친 전어는 9월 초부터 뼈가 부드러워지고 살이 오른다.
그래서 전어하면 '가을 전어'다.
예부터 전어는 기름이 많고 맛이 고소해 담백한 생선으로 정평이 나있다.
서유구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는 "전어는 기름이 많고 맛이 좋아 상인들이 염장해 서울에서 파는데 귀천의 구분없이 모두 좋아했다.
맛이 뛰어나 이를 사려는 사람이 돈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전어(錢魚)라 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는 "큰 놈은 한 자(尺) 정도의 길이이며 몸이 높고 좁으며 검푸르다.
기름이 많고 달콤하다.
흑산도에도 간혹 나타나지만 그 맛이 육지 가까운데 것만은 못하다"고 적고 있다.
맛 못지 않게 영양도 일품이다.
한방에서는 전어가 소변기능을 돕고 위(胃)를 보하며 장(腸)을 깨끗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전한다.
특히 아침 기상 때 사지와 온 몸이 잘 붓고 팔다리가 무거우며 소화가 잘되지 않는 50대 이후 장노년층에게 좋은 약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가을 전어가 맛있고 많이 잡히기로 소문난 전남 광양 망덕포구에서는 곧 전어축제가 열릴 모양이다.
섬진강물이 550리길을 쉼없이 흘러와 잠시 머무는 곳, 그 언저리에 위치한 망덕포구는 강물과 바닷물이 절묘하게 섞여 가을 전어가 제대로 맛을 낸다고 한다.
9월, 바다로 여행길을 잡았다면 전어를 찾아가는 맛여행도 좋은 추억거리다.
글·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사진·안상호기자 shah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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