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뜨거웠던 올림픽의 열기도 사라지고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제 각자의 삶의 리듬을 되찾고 일터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렇게 일하는 대열에 끼지 못한 실업자들, 그 중에서도 한창 젊은 나이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지 못한 채 거리를 방황해야 하는 청년실업자들에게 정부와 여당 정치인들은 무슨 정책대안들을 마련하고 있는 것일까. 해답은 분명한데 무엇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것일까. 경제를 살리고 기업이 투자를 하게 해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할 긴박한 상황인데도 그렇지 않으니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우리도 한때는 잘나가는 나라였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중의 하나로 다른 나라의 부러움을 샀고, 그들이 배우려고 줄을 서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우리와 경쟁하던 싱가포르, 대만, 홍콩 등 다른 세 마리 용들은 이미 선진국으로 진입했거나 아니면 우리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지 않은가.
또 그 뿐인가. 요즈음은 '브릭스'(BRICs)라고 해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이 잘나가고 있는 나라로 손꼽히고 있다.
바로 이웃에 있는 중국이 잘 나가고 있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어서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등소평이 개혁, 개방을 추진한 이래 8%가 넘는 고도성장을 지속하고 있어서 이제는 긴축정책을 써야할 만큼 행복한 고민에 빠진 나라가 됐다.
우리나라를 배우려고 열심이던 중국이 우리보고 이제는 배워야 할 것은 없고 안 배워야 할 것이 더 많다고 공공연히 이야기 하고 있다.
조금 떨어져 있는 인도는 라오 총리가 시장경제 쪽으로 개혁의 틀을 잡은 이후 IT산업을 중심으로 연간 6%의 고도성장을 달성하고 있으며 아시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또 멀리 떨어져 있는 브라질은 어떤가. 노동자출신의 룰라 대통령은 예상과는 달리 좌파정책을 버리고 우향우 하여 경제 살리기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얼마 전에는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우리나라를 건너 뛰어 중국과 손잡고 경제대국의 꿈을 키우고 있지 않은가.
이제 우리의 시야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 러시아는 어떤지 살펴보자. 최근 러시아와 사업을 하고 있는 한 기업인을 만나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그에 의하면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이 과감한 '개혁'조치를 취한 후 경제가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떤 '개혁'조치들을 취했기에 그럴까.
첫째로, 개인소득세와 법인세의 세율을 과감히 내려 13%의 단일세율제도를 실시한 것이다.
이 제도는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자유주의 조세학자들이 플랫택스시스템(Flat Tax System)이라고 해서 줄기차게 주장했던 것으로 이를 과감하게 수용한 것이다.
이는 미국보다 한발 앞서가는 조치인 것이다.
그 결과 세율이 낮아짐으로 해서 과거 지하로 도피했던 음성세원들이 지상으로 나오게 되고 세수는 오히려 증대하여 적자재정에서 흑자재정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특히 저율의 단일세율은 부자들이 떳떳하게 세금을 낼 수 있도록 했고, 마피아가 발붙일 곳을 없게 만들었다고 한다.
세율이 낮으니까 외국으로 빠져나갔던 국내기업들 뿐만 아니라 외자계 기업들이 다시 러시아로 되돌아오고 있다고 한다.
두 번째는 농업개혁이라고 한다.
그동안 토지의 사유화를 통해서 시장경제체제의 근간인 사유재산제도를 확립해 나가는 동시에 농업보조금제도를 폐지해서 자생력이 없는 농장은 문을 닫게 했다.
그 결과 농업부문도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전환하게 되었다고 한다.
세 번째로 금융부문의 개혁인데 이것은 아직 미완의 상태지만 현재 추진하고 있는 개혁의 방향은 완전히 시장원리에 따라 하겠다는 것이다.
조만간 러시아의 금융산업은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돌아설 것이 분명하다고 전망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푸틴 대통령의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철학 그리고 친미정책이라고 귀띔해 주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곧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한다.
양국간 현안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논의하겠지만 무엇보다 푸틴대통령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보았으면 한다.
우리의 눈이 과거보다는 미래로, 안에서 보다는 밖에서 무엇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확실하게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손병두(전 전경련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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