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고용 흡수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고용없는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른바 '잘 나가는 기업'조차 근로자 채용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공정조정을 통한 생산혁신, 공장 자동화, 외주(Outsourcing) 등이 기업들의 고용축소를 받쳐주는 가운데 기업의 해외진출이 확대됨에 따라 우리 경제의 고용 흡수력은 향후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헹 등에 따르면 실질 국내총생산(GDP) 10억원당 취업자 수를 나타내는 고용계수가 지난 1990년대초 60을 넘어섰으나 지난해 33.4를 기록, 10여년만에 절반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올 해는 32.2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0여년전만해도 10억원의 GDP를 만들어내는데 60여명의 근로자가 동원됐으나 이젠 32명만 필요하게 된 것이다.
고용계수는 지난 1999년 38.0을 나타내 처음으로 40을 밑돈 뒤 2000년 36.6, 2001년 35.9 등으로 내리막길만 걷고 있다.
대구, 경북지역의 경우 우리나라의 수출활황을 주도하는 IT산업이 성장할수록 고용창출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최대 IT산업의 집적단지인 구미공단에서도 '고용없는 성장'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구미공단에서 총생산액과 수출액은 해마다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으나 고용인원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구미공단의 '높은 성장률, 떨어지는 고용추세'는 1991년 이후 제조업의 기술혁신 및 자동화 바람에다 신종 서비스업 다양화와 같은 탈제조업(de-industrialization) 바람에다 기업들의 '해외 열풍'까지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73년 구미공단이 처음 들어서면서 90여개 입주 기업체가 고작 614억원에서 시작한 생산액이 지난해 전체 36조원으로 586배, 수출액도 4천500만달러에서 30여년만에 455배인 205억달러라는 놀라운 기록을 이뤄냈다. 올해는 총생산액 38조원, 수출은 230억달러 등으로 목표를 세워놓고 있는 가운데 현재 추세로 볼때 목표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구미공단 고용의 경우 지난 1996년 7만5천명으로 최고치에 달한 이후 2년만에 6만명대로 곤두박질쳤다가 지난해말 다시 6만8천여명으로 늘었으나 지난 6년여 동안 한번도 7만명대를 회복하지 못했다.
'애니콜'을 생산하는 구미공단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1995년 전체 종업원 3천700명이 1조9천억원의 매출을 올렸었다. 그러나 지난해는 종업원이 불과 4천300명이 늘어난 8천명이 올린 총매출액은 16조4천억원으로 약9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인 LCD TV 전문업체인 (주)디보스도 직원 50여명이 지난해는 450억여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올해는 직원 90명이 2천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어서 매출증가에 비해 고용증가는 반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4대 자동차 부품업체 가운데 하나인 한국델파이는 수출증대 등으로 매출이 급신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생산직 근로자 숫자는 전혀 늘지 않고 있다. 한국델파이는 2002년 4천970억원이던 연 매출이 지난해 6천760억, 올해는 8천200억원에 이를 정도로 매출이 최근 3년간 약 2배로 늘었지만 생산직 근로자 신규 채용은 없었다.
한국델파이 김진희 차장은 "연구개발 인력만 충원될 뿐 2001년 이후 생산직 채용은 없었다"며 "자동화 설비로 생산라인을 U자형으로 조정, 근로자 1명이 다(多)공정을 취급하는 공정혁신을 통해 '사람손을 줄이는' 경영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램프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삼립산업은 국내 시장 확대는 물론, 직수출이 갈수록 늘고 있지만 지난 3년간 생산직 인원은 오히려 5% 정도 줄었다. 매출이 늘면서 지난해 말 경북 예천에 제2공장을 세운 건축자재 전문업체 삼한C1은 3천800평 규모의 이 공장에 근로자 4명만 두었다. 사실상 무인 자동화 시스템에 거의 육박한 것. 박대환 태창철강 사장은 "자동화로 고용이 늘 여지가 없다"며 "우리 경제가 현재의 구조, 즉 기존 업체에서 고용시장 확대를 기대하기는 무리이며 신수종 사업이 많이 나와야만 고용확대를 기대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단지공단 중부본부 이승익 부장은 "예전에는 생산량이 증가하면 일자리도 늘었지만 지금은 기업들이 고용 확대보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자동화에 힘을 쏟고 있어 결과적으로 생산력과 경쟁력은 높아지는 반면 일자리는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우기자 최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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