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라이프-대구사랑 서민서포터스

입력 2004-09-04 09:53:55

'오! 필승 대~구, 오오레오레 오!오!오!'

대구시민의 하나된 힘을 유감없이 전 세계에 알렸던 2003 대구 하계U대회. 전 세계 174개국 1만1천여명 대학생들의 젊은 열기가 달구벌의 늦여름을 달궜던 것이 어느새 1년이 지났다.

대회 시작전 '지하철참사'라는 악몽의 터널을 지나야 했고, 국내외로부터 '과연 대회가 제대로 치러질까?'라는 의구심마저 불러일으켰지만 모든 악조건을 이겨내고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 체육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특히 한 핏줄인 북쪽 선수단을 비롯해 대회 사상 가장 많은 국가가 참가한 대회였기에 더욱 빛이 났다. 그러나 U대회 성공의 원천은 참여와 봉사를 통해 역동적인 대회를 이끌었던 시민 서포터스 활동이었다. 시민 서포터스들은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긍심을 가지고 열정을 불살랐던 것.

▲다시 뭉친 U대회 성공개최의 주인공

대구 하계U대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 '대구시민 서포터스'가 1년 전 열기를 다시금 내뿜었다.

대구시 주최로 지난달 25일 '대구사랑 시민서포터스'로 이름을 바꾸며 합동발대식을 개최, 시민들의 지속적인 참여와 봉사열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재탄생한 것. 이들은 대구시의 민간외교사절단으로 활동함과 동시에 당시 참가국인 174개국을 대상으로 1만427명의 회원들로 구성되었다.

2일 오후 2시 대구시청 회의실. U대회 참가국과 지속적인 민간교류뿐만 아니라 앞으로 있을 각종 국제행사시 민간주도의 시민서포터스로 활동하며 '대구사랑운동'을 전개해 나갈 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년전 U대회때 시민 서포터스를 자처하며 나선 이들이었기에 재회의 대화소재가 모두들 'U대회의 추억나누기'였다.

서포터스 최고령자 김영수(80.수성구 황금동) 할아버지는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

김 할아버지는 "몰디브 선수와 감독 5명을 집으로 초청, 한국의 전통음식을 먹으면서 물김치를 'water kimchi', 감주를 'Korea coffee'라며 엉뚱하게 설명해 모두가 한바탕 웃었던 때가 자꾸 생각난다"고 1년전 기억을 떠올렸다.

U대회 응원단장 신금순(59.여.서구 내당1동)씨는 "2002 월드컵, 2003 U대회, 2004 올림픽 등 매년 스포츠 축제로 즐거운 한때를 보냈고, 다시 서포터스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들 서포터스 회원들은 "한번만의 기회가 아닌 끊임없는 시민참여의 필요성을 느껴 시민 서포터스 활동을 다시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U대회에서의 서포터스의 소중한 경험

지난 U대회 기간 동안의 소중한 경험들로 얘기꽃이 활짝 폈다. 부상선수를 극진히 간호해 TV에 출연까지했던 박경숙(55.여.남구 대명9동)씨는 당시 기억을 더듬으며 눈물을 글썽였다.

박씨는 "쌍토메프린시페 태권도 선수 미란다와 단둘이 병원에서 보냈던 일주일이 생각난다"며 "처음엔 얘기가 통하지 않아 손짓, 발짓으로 몸짓 대화를 나눴는데, 나중에는 미란다가 저를 엄마처럼 대했다"며 아련한 기억의 터널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는 또 "당시 출연한 프로그램을 녹화해두었다가 미란다의 고국에 보내주었다"고 덧붙였다.

뜻하지 않은 행운을 안은 서포터스도 있었다. 또 힘들고 어려웠던 기억, 행복했던 한 때를 회상하기도 했다.

대구 U대회뿐 아니라 부산아시안게임에서도 시리아 응원단장을 맡았던 박용호(52.달서구 도원동)씨는 "지난 6월16일 시리아 측의 초청을 받고 8박9일 동안 융숭한 대접을 받고 왔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남구 봉덕2동 주민자치센터 총괄담당 정학재(43)씨는 "지난해 가봉, 알제리, 탄자니아, 마다가스카르 등 아프리카 선수단을 맡아 의사소통에 많은 애로가 있었다"고 전했다.

또 정씨는 "공무원이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돼 무척 하기 싫었다"며 "첫날 선수들 마중을 위해 공항에 나갔다가 서포터스들의 열정이 녹아있는 표정을 본 순간 마음이 180° 바뀌었다"고 털어놓았다.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선수단의 통역을 담당했던 경북대 법학과 3년 김윤지(21.여.남구 봉덕3동)씨는 "북한 선수들을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눌 때는 가슴이 벅차올라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을 정였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최연소 서포터스인 이민정(13.경혜여중 1년)양은 "우리들과 피부색이 다른 수단, 케냐 선수들과 함께 한 10여일이 꿈만 같다"며 "그 때 함께했던 친구들과 다음 U대회 때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어떻게 활동하나

'대구사랑 시민서포터즈'는 효율적 운영을 위해 대구시 및 지역 8개 구.군청 공무원을 포함해 민.관 협조체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이들은 국제행사 때마다 참가국별 서포터스로 활동하게 되며, 민간차원의 행사 유치활동 및 홍보활동도 맡게 된다. 더 나아가 시민 불편사항을 접수하거나 시정 모니터활동, 아이디어 제출 등 시정 서포터스로도 활동할 예정이다. 생활운동의 하나로 내집앞 쓸기운동, 마을 소공원 가꾸기 등 주민자치활동계획도 갖고 있다.

이상복(55.남구 대명1동) 남구 서포터스 연합회장은 "U대회를 기점으로 대구의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새롭게 심고 발전하는 대구를 만들어야 한다"며 "앞으로는 우리 역사, 민족의 발자취를 외국인들에게 당당히 설명할 수 있도록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서포터스가 돼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날 한자리에 모인 '대구사랑 시민서포터스' 10명은 U대회의 성과를 분석하며, '앞으로 있을 국제행사를 준비하자'며 뜻을 하나로 모았다.

권오곤 대구시 자치행정과장은 "U대회로 맺어진 참가국과 인연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면서 세계 속에 대구 이미지를 심기 위해 시민 서포터스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며 "대구시 차원에서도 서포터스 지원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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