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 분쟁 배경은

입력 2004-09-03 14:19:06

현금서비스 수익 믿고 수수료 인하 출혈경쟁 카드사 '자업자득'

카드사와 가맹점간 수수료분쟁이 이처럼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는 호황기를 누리던 지난 2000년 카드사가 벌였던 출혈경쟁에서 비롯된 것. 재벌계 카드사들은 당시 정부의 내수 진작과 규제완화 정책에 발맞춰 그룹 계열사인 유통.전자업체들과의 제휴 등을 통해 '몸집 부풀리기'에 나섰고 은행계 카드사들도 시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치열한 경쟁대열에 합류하면서 과당경쟁이 벌어졌다.

당시는 호황기여서 현금서비스로 막대한 수입을 거둘 수 있었기 때문에 카드사들은 가맹점과의 제휴를 통해 회원 확보에 열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를 원가보다 낮은 수준까지 경쟁적으로 인하, 발생 손실은 현금서비스 수익으로 충당했다.

하지만 신용불량자 급증과 경기침체 장기화 등으로 현금서비스 비중이 급감하면서 카드사들은 경영난에 허덕이게 됐다.

미래의 시장상황을 고려치않고 벌였던 출혈경쟁이 '유동성 위기'와 '경영난'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

여기에다 대형소매점의 경우는 카드 수수료를 높일 경우 막대한 손실을 입게돼 '수수료 인상 절대 불가'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총 매출 6조7천억원 가운데 카드매출이 65%인 4조3천5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수수료를 기존 1.5%에서 2%로 0.5%만 올린다고 해도 수수료 총액은 약 653억원에서 870억원으로 훌쩍 뛰어 연간 220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해진다.

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소매점 시장에서 카드사들의 요구대로 수수료 0.5%를 추가인상했을 때 대형소매점에서 카드사로 옮겨가는 금액은 약 620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대형소매점 매출 19조2천억원 중 카드매출 비율을 이마트 수준인 65%로 본다면 수수료를 0.5%만 추가 인상해도 약 620억원인 것이다.

까르푸 고승태 이사는 "만약 카드사들이 적정 원가 수준이라고 밝힌 4.75%대로 수수료를 올릴 경우 대형소매점 중 부도가 나지 않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수수료 분쟁은 하루 이틀만에 끝날 일이 아닌듯 싶다.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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