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8경'아십니까

입력 2004-09-03 09:34:42

'팔공산의 풍경을 알고 오르면 등산의 재미가 두배.'

대구의 명산인 팔공산의 뛰어난 4계절 모습을 표현한 8경(八景)과 조선조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이 대구에 들렀다 팔공산 풍경에 반해 남긴 한시(漢詩) 1수(首)를 새긴 거대한 자연석이 세워져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대구 동화사 집단시설지구 내 팔공산 케이블카로 이어지는 오르막길 화단에 등장한 높이 2m 넘는 자연석은 이곳에서 30여년 동안 장사를 해온 김태락(66)씨가 대구시팔공산공원관리사무소의 협조를 받아 500여만원을 들여 개인적으로 세운 것.

팔공산 8경은 예부터 팔공산의 대표적 정경을 뽑아 이름붙인 것. 최고봉인 비로봉 풍경을 비롯해 지금은 사라지고 흔적만 남은 옛 산성과 갓바위, 동화사, 부도암 등을 소재로 하고 있다.

첫번째가 무심봉(無心峰) 흰구름. 무심봉은 팔공산에서 가장 높은 비로봉(제왕봉)을 일컫는다.

맑은 날 봉우리 위 하늘을 무심히 흘러가는 하얀 구름을 제1경으로 손꼽았다.

인생은 구름 같다는 말을 연상시키는 풍경.

다음은 비로봉의 제천단(祭天壇) 소낙비. 제천단은 예로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 최근 표석이 세워진 제천단은 현재 일반인들의 출입이 금지돼 있다.

일망무제인 신령스런 제천단 비로봉에 쏟아지는 소낙비는 신비로움을 더해 주었을 터.

세번째는 지금은 사라지고 팔공산 북쪽 군위쪽에 흔적만 남은 적석성(積石城.公山城)의 밝은 달. 옛 산성을 내리 비추는 달빛은 한폭의 동양화 속 풍경. 옛 군사들의 함성을 간직한 산성의 그 달빛은 지금도 변함 없으나 인적이 끊겨 버린 풍경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풍경은 백리령(百里嶺) 쌓인 눈. 팔공산을 가산산성에서 갓바위까지 동서로 길게 잇는 능선도 일품인데 그 위를 온통 하얗게 뒤덮은 흰눈의 정취 또한 빠질 수 없다.

100리 가까운 능선에 내린 눈의 운치는 찌든 세속인들의 마음까지 희게 색칠하고도 남기 때문.

금병장(錦屛墻) 단풍도 빼놓을 수 없는 풍경. 염불적봉 아래 병풍처럼 펼쳐진 듯한 바위담장을 고운 비단이 감싸는 것 같은 가을 단풍. 험준한 바위산을 오색 단풍으로 형형색색 수 놓았으니 어찌 팔공산의 절경으로 뽑히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부도암(浮屠庵) 폭포와 약사봉(藥師峰) 새벽별 그리고 동화사(桐華寺) 종소리도 빠지지 않는다.

맑은 폭포소리는 스님들의 낭랑한 독경소리와 어울려 갈래 수를 알 수 없는 골골에 울려퍼졌을 터. 갓바위 약사봉을 은은히 내려다보는 새벽녘 별은 부처님 만나러 돌계단을 한땀한땀 오르는 불자들의 길잡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히는 땅방울에 반사되는 새벽 별 빛은 부처님 가피 같았으리라. 불교성지 동화사를 감싸는 종소리는 세파에 지친 사부대중의 마음과 정신을 맑게 했으리라.

팔공산 8경과 함께 자연석 뒷면에 새겨놓은 김시습의 한시 '공산을 바라보며'(望公山)도 명산의 이름을 빛내주고 있다.

'험준한 공산이 우뚝하게 솟아서/동남으로 막혔으니 몇 날을 가야할꼬/이 많은 풍경을 다 읊을 수 없는 것은/초췌하게 병들어 살아가기 때문일세.'

자연석을 설치한 김태락씨는 "팔공산이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명산임에도 불구하고 팔공8경에 대해서는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 적어 돌에 새겨 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조주현 팔공산공원관리사무소장도 "팔공산을 알리는 기념물이 될 것 같다"고 반겼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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