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신기남(辛基南) 의장이 19일 사퇴하고 이부영(李富榮) 상임중앙위원이 의장직을 승계함으로써 여권의 권력지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이부영 의장 체제'의 등장은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 당 운영을 주도해온 '천신정' 트로이카 체제가 사실상 붕괴되고 비당권파가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 의장은 18일 이 위원을 만나 비대위 체제로 당권파의 수명 연장을 꾀했으나 이 위원이 즉각 거부한 것이 비당권파 입지강화의 신호탄인 셈이다.
그러나 이부영 체제는 당내 지지기반이 허약하다. 때문에 내년 초 전대까지 여권의 각 계파가 합종연횡하며 새로운 권력지도를 만들어 갈 것이 분명하다.
당헌 당규상 상임중앙위원이 한명이라도 의장을 맡겠다고 하면 승계할 수밖에 없어 등장한 이부영 체제가 내년 전대 이전에 무너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 곧바로 정기국회에 돌입해 정치의 중심이 원내로 옮겨가는데다 선거 등 주요한 정치일정이 없기 때문이다.
이 신임 의장 체제의 정착 여부는 어떻게 구 당권파의 반발을 누그러뜨려 당을 안정시키고, 현재 추진중인 개혁 작업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중론이다.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장관을 정점으로 한 비당권파와 문희상(文喜相) 의원 중심의 노무현 대통령 직계그룹, 김원웅(金元雄) 유시민 의원이 이끄는 개혁당 출신 그룹이 구 당권파 견제 차원에서 이 의장을 밀고 있어 이 의장에겐 큰 힘이 되고 있다. 이 의장 체제로 정해진 이상 당권파의 목소리도 당분간 잠잠할 듯하다.
문제는 당과 원내와의 관계다. 이 의장은 그간 당권파에 대한 견제를 자임해왔다. 특히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한 발언에 대해 직격탄을 날려 감정의 앙금도 없지 않다.
이 의장과 천 대표가 이러한 앙금을 풀지못할 경우 열린우리당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이-천 투톱의 앙금이 차기 의장직 등 당권 싸움과 맞물릴 경우 적전 분열 양상의 파고가 더욱 높아질 수도 있다.
어쨌든 이 의장으로선 17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시는 등 정치적 시련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이 의장이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차기 의장을 선출할 때까지 당을 임시로 관리하는 관리형에 머물 것이냐 각계파의 이견을 조율하며 정치적 도약의 기회로 만들 것이냐는 일차적으로 이 의장이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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