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史'정치권 개입 땐 실패하기 십상

입력 2004-08-16 13:03:57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8.15경축사를 통해 친일 및 국가기관의 불법행위를 다룰 국회 과거사규명특위 구성을 제안했다.

절박감 속에서, 경제 살리기를 위한 구체적이고 희망적인 대통령 메시지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지나친 비관과 불안감 조성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또 그 소리를 되풀이 들어야 했다.

"정체성 스톱, 민생 먼저"라며 핸들을 확 꺾으려던 한나라당과 우리당은 동시에 브레이크가 걸려버렸다.

"역사는 미래를 창조하는 뿌리"라는 대통령의 말씀은 맞다.

"독립운동 3대(代)가난 친일인사 3대 떵떵"이란 웅변도 틀리지 않다.

그러나 구구절절이 옳은 이 말씀의 결론(과거사 규명)에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과거사 정리'-말인즉 옳긴 하나 쑤셔놓은 벌집처럼 돼버릴 공산이 큰 이 문제에 왜? 지금의 정치권-극단적으로 대립된 정치권의 다른 한쪽에서 칼을 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반론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과거사 정리는 언젠가, 어떻게든 필요하다.

그러나 매사엔 순서가 있는 법이다.

집권층의 조급증이 걱정스런 이유는 너무 많다.

우선 속시원히 해결될 수가 없다.

국민적 숙원인 경제 문제 하나도 해결 못한 판에 수십년 묵은 과거사를 풀겠다고? 그 시작은 분열종식이 아닌 정쟁의 확대로 나타날 건 명약하다.

둘째, 정쟁의 의혹을 피하려면 과거사 규명 작업의 주체가 정치권이어선 안 되는 것이다.

'과거사'가 진실의 규명, 학문적 탐색에 뜻을 둔다면 정치권이 배제된, 중립적 기구가 주체가 돼야 마땅할 터이다.

대통령이 과거사 캐기를 역설한 같은 날, 일본각료 60여명은 떼지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고 중국은 고구려사 왜곡을 강행했다.

우린 입도 못뗐다.

역사 정말로 바로잡으려면 모두들 일본에도, 중국에도, 노 대통령에게도 제대로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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