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역사전쟁-정치권 늑장 대응

입력 2004-08-07 11:01:14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 정치권이 공동전선을 구축, 반격에 나섰으나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평소 정쟁만 일삼아 오다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최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삭제 움직임에 대해 일제히 반발, 여야간 초당적 대책기구를 추진키로 하는 등 공동대응에 나섰다. 특히 열린우리당 이경숙(李景淑),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의원 등 여야 의원 46명은 6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및 중국역사 편입시도 중단 촉구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이 여야가 모처럼 한 목소리를 내는데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비난을 받고 있다.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에서 고구려사를 삭제하는 등 왜곡을 본격화한 지난 7월 이후 거의 대응하지 않는 등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같은 기간 문제논의를 위해 통일외교통상위나 문화관광위, 교육위 같은 관련 상임위도 일체 열지 않았다. 특히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손을 놓고 있다시피 했다.

정부의 '조용한 외교' 방침에 따라 누구 하나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툭하면 열리던 '당정협의회'도 갇지 않았다. 물론 정부측의 현안보고도 없었다.

국정을 책임지는 거대 여당으로서 국회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하려는 노력도 찾기 힘들었다. 다만 일부 지도부가 "정부가 몇마디 언급하는 수준으로는 안된다"(이부영 상임중앙위원) "정부보다는 당에서 치고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힘을 얻지는 못했다.

한나라당은 문제의 심각성을 여당보다 먼저 인지하고 발빠른 대응을 주문했다. 하지만 여당을 공격하는 소재로 삼는 등 대응책 마련보다는 대응을 촉구하는 수준에 그쳤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최근 "고구려사 왜곡 문제는 정부의 문제만이 아니다. 국민의 문제고 국가의 문제"라면서 "일본사의 역사왜곡과 함께 고구려사 문제에 대한 대응은 당에서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희룡(元喜龍) 상임운영위원도 "역사바로세우기에 국내용과 수출용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며 "정부와 여당은 친일역사만 관심을 기울이지 말고 보다 시급한 대중 역사 왜곡 문제에 힘을 쏟아야 한다"며 뒤늦게 여권을 압박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사진 : 6일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방일결과와 고구려사 왜곡문제 등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영욱기자 mirag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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