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시 고구려사인가-(상)복원 서두르는 중국

입력 2004-08-04 11:24:16

지난 해 11월부터 일반인의 참관이 일절 금지됐던 고구려 유적들은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계기로 다시 외부에 공개되고 있다.

그 중 국내성과 태왕릉, 그리고 환도산성은 짧은 시간에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먼저 국내성 성벽 복원을 위해 주택은 물론 아파트까지 철거됐다.

이문기 경북대 교수는 "아파트와 거의 붙어 있어 잘 보이지 않았던 국내성 서벽이 아파트가 없어진 덕분에 가장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어요. 여기에 국내성 안에 있는 지안시청과 운동장을 아예 성 밖으로 옮긴 것을 보고서 중국의 동북공정의 실체와 그 위력을 새삼 느꼈다"고 했다.

실제 중국은 세계문화유산 지정에 대비, 3억5천만 위안(525억원)을 집중 투입, 지안의 모든 유적지 내 민가를 대부분 철거하고, 유적지에는 새로운 길을 닦고 풀밭으로 탈바꿈시켰다.

국내성 서벽 앞을 흐르는 통구하에 보(洑)까지 설치, 유원지를 만들어 지안을 역사관광지로 개발하려는 중국측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들이다.

중국이 광개토대왕비와 태왕릉 사이에 있던 조선족학교를 비롯한 건물과 과수원 등을 다른 곳으로 옮긴 것과 태왕릉을 광개토대왕의 무덤으로 확정한 것도 주목을 끌었다.

'신묘년에 광개토대왕이 방울 96개를 만들었다'는 명문이 새겨진 청동방울이 태왕릉 부근에서 출토됐고, 태왕릉에서 발굴된 황금 제상과 광개토대왕비와 태왕릉 사이에 있는 제단으로 추정되는 돌무더기 유적 등에 근거해 중국 측은 태왕릉이 광개토대왕의 무덤으로 확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안 도심인 국내성에서 서북쪽으로 5㎞ 정도 떨어져 있는 환도산성에는 국내성 등을 바라볼 수 있는 조망대가 설치됐다.

실제로 환도산성 내에서 왕궁의 건물로 추정되는 팔각건물의 터가 발견돼 현재 한창 발굴을 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외부에 전혀 공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고대사학회를 이끌며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고 있는 이 교수는 "중국 정부가 고구려 문화유적을 자신의 역사에 편입하고 이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지안의 고구려 유적을 '속전속결'로 정비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중국의 역사 왜곡 현장을 직접 보면서 그들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전방위적 전략이 시급하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을 맺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사진: 고구려의 수도였던 국내성의 서벽이 인근 아파트가 철거됨에 따라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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