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시각-성장과 삶의 질 조화 시스템 마련돼 있나

입력 2004-07-27 09:51:57

주40시간 근로제는 무엇보다 휴식 시간이 늘어 근로자의 재충전 기회가 많아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 제도 도입으로 근로자들이 과로에서는 벗어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음에도 우리 사회가 여전히 과로사회(過勞社會)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는 통계 수치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우리나라 1천400만여 근로자 가운데 287만명이 주당 56시간 이상 근무하는 초(超)장시간 근로자이고, 주당 44∼56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근로자도 630만여명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개구(OECD) 국가 평균인 주당 36시간을 훨씬 웃도는 과로근무를 하고 있는 셈이다.

과중한 근로는 결국 산업재해로 이어져 손실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9만4천여명이 산업재해의 피해자이고, 그 중 2천900여명이 생명을 잃었다. 하루 평균 근로자 8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한 것이다. 산업재해에 따른 경제적 손실액은 12조4000억여원으로 노사 분규로 인한 생산 차질액 2조4972억원의 약 5배에 달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가늠할 수 있다. 산업재해는 근로자의 근로의욕을 상실케 해 결과적으로 품질 저하와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과로사회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고 산업재해를 줄이자며 무작정 근무시간을 감축하라고 강요할 수만 없는 게 우리 산업현장의 실정이다. 기업에서 보면 주40시간 근로제는 생산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인건비 상승 요인으로도 작용, 그만큼 경쟁력이 낮아지게 된다. 이 때문에 주5일제 성공 여부는 이 제도 도입의 근본 취지인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생산성향상이라는 두 가지 궁극적인 목표를 어떻게 이뤄내느냐에 달려 있음은 물론이다.

김태수(ㅅ일보 논설위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