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은 믿음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경제 관료의 말에 신뢰와 무게가 실리지 않으면 문제 해결은커녕 오히려 불안만 초래할 뿐이다.
20일 국회 심포지엄 축사에서 박승 한국은행 총재의 "한국경제가 일본식 장기 불황을 닮아가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발언이 여기에 해당한다.
한국에서도 일본판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될 것이라는 경제 분석은 이미 '고전'에 속한다.
그런데도 박 총재의 발언이 새삼 관심을 끄는 것은 최고 통화관리자로서의 평소 낙관적 경제관을 완전히 뒤엎었다는 점이다.
박 총재는 올 경제성장률이 전망치인 5.2%를 웃돌 것이라고 계속 주장했고 이 달 초에는 "체감경기가 3분기부터 플러스로 돌아서고 4분기에는 상승폭이 커질 것"이라고 호언했다.
그런데 이제와서 "한국 경제가 구조적 요인에 의해 수출 호조가 설비투자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고 한국은행이 돈을 풀어도 시중유동성이 별로 늘지 않는 등 경화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며 정반대 입장을 보인 것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여태까지 무슨 근거로 낙관론을 폈는지 국민은 도무지 이해 할 수가 없다.
서민 경제가 죽을 맛이라고 한탄할 때는 쳐다보지도 않다가 뒤늦게 스스로 위험 경고음을 울리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이제는 누가 봐도 낙관론을 펴기에는 너무나 상황이 나빠졌다는 얘기가 아닌가.
한은 총재 발언에 경제의 실상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책임은 져야한다.
정책 타이밍을 놓치기 때문이다.
우리가 경제를 계속 '위기'라고 주장하는 것은 위기를 생각함으로써 닥쳐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이미 위기 극복에 열심인 국민에게 뒤늦게 '위기'라고 강조하는 그런 맥빠지는 발언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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