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보험료'로 전락한 '자문료'

입력 2004-07-19 13:16:15

법조계에서나 있을 법한 '전관 예우'가 경제계에서도 비슷하게 자행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시장 원리'를 누구보다 강조하고있는 현 정권하에서 국가 경제정보 '기득권'을 밑천으로 전직 고위공직자들이 은행으로부터 거액의 자문료를 받은 것이다.

도대체 무엇을 자문해 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들 중 상당수가 관직에 복귀한 상태가 되었으니 자문료가 결국은 '보험료'가 된 셈이다.

이러니 금융계의 '시장 경쟁 체제'가 제대로 작동될리가 없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헌재 부총리는 2002년말부터 올 2월 부총리로 임용되기 직전까지 국민은행으로부터 8천만원의 자문료를 받았으며 전윤철 감사원장, 강봉균 의원, 이근영 전 금감위장 등도 퇴임시절 같은 명목으로 거액을 받았다는 것이다.

재야에 앉아서도 가능하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이 권력의 습성인데 지금 이들이 다시 칼자루를 쥐게 됐으니 그 '칼날'의 정당성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가 없다.

금융계의 개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 같은 관계(官界)와의 '밀착' 의혹은 '도덕적 해이'의 또 다른 얼굴이 아닌가.

이들은 과연 '소금 먹은 사람이 물 쓰는 법'이라는 속담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있는가. 그럴 위인이라면 애당초 금전의 유혹을 거부했거나, 그것이 양심에 걸렸더라면 관직 복귀를 거부하는 것이 공직자의 자세다.

다시 권좌에 복귀했으니 퇴임시절 받은 돈은 '불법 과외비'인가 '뇌물'인가.

"자문위원 선정을 적법하게 했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살 것으로 판단, 공개를 하지 않았다"는 국민은행의 설명도 투명성과 거리가 멀다.

자문역은 비공식 기관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얼버무린다면 앞으로 정부는 다시는 '도덕적 해이'라는 용어를 입에 담을 자격조차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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