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사람 모이는 도시로-(5)재래시장을 바꾸자

입력 2004-07-16 09:05:44

각종 의류상가들이 모여있는 동대문시장.

재래시장 현대화에 앞장서며 일찍이 변신에 성공, 신세대들의 문화공간으로 급부상하며 하루 유동인구가 20만명이 넘는다는 동대문시장은 재래시장과 현대식 건물들이 조화를 이루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동대문시장 상인들은 "이곳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경기 영향이 커, 시장 분위기가 예전만 못하다"고 말하지만 시장 인근은 여전히 젊은이들과 외국인들로 붐비고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시장을 찾은 대학생 이소영(23'여)씨는 "옷도 사고 주변 구경도 할겸 친구들과 한 달에 한번 꼴로 시장을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동대문시장 의류상가들은 각기 특색있는 디자인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의류숍 마다 '대한민국 섬유대전 수상' 등 숍에 소속된 디자이너들의 특별한 프로필이 걸려있다.

시장의 젊은 상인들은 홍콩, 일본 등지로 다니면서 해외 트렌드를 감지하는 등 최신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박복규 서울중부의류조합장은 "동대문시장 의류상가들은 모두 디자이너를 고용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3만명 이상의 디자이너들이 동대문시장을 근간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상인들 연령대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에 불과해, 시장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생산과 유통, 관광지 역할까지 담당하는 동대문 시장을 두고 박근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은 "동대문시장은 패션 밸리"라고 표현했다.

24시간 수만 명의 젊은 상인들이 세계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고 힘을 쏟고 있으며 이때문에 동대문시장이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패션밸리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으로 일본, 중국, 러시아 등으로 수출하는 비중이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한다고 했다.

동대문시장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세계 유통관계자들을 비롯해 각 지역 재래시장 상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동대문시장은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 관광객들을 위한 관광지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엔 일본,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동대문시장을 찾는 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어 더욱 활동적인 분위기를 찾아가고 있다.

일본, 중국에서의 한류가 계속 이어지면서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들이 예년에 비해 늘어나고 있다는 것.

2일 오후 동대문 영패션몰 두산타워 광장 주변에는 중국인 관광객을 태우고 온 수십 대의 관광버스가 줄지어 서 있었다.

패션몰 매장 내에서도 의류 상가를 둘러보고 가격을 흥정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고 상인들도 간단한 회화로 외국인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한 관광가이드는 "중국 사람들은 동대문 근처를 쇼핑하는 코스를 선호하는 편이기 때문에 여행 스케줄에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밀리오레 한 여성의류상인은 "최근엔 외국관광객이 작년에 비해 20~30%가량 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 때문에 대형패션몰들은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 매장을 리뉴얼하고 신진 디자이너를 키우는 등 여러 가지 전략을 세우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각 패션몰 등도 외국인 안내센터와 영어'중국어'일어 안내 도우미를 배치하는 등 외국 쇼핑객들의 쇼핑을 돕기 위한 각종 시설을 마련해두고 있다.

지역의 서문시장도 동대문시장과 유사하게 원단 시장과 패션의류시장이 결합된 형태의 시장이다.

그렇다면 서문시장도 동대문시장과 마찬가지로 패션의 생산'유통'관광이 결합된 제2의 패션밸리로 거듭날 수 있을까.

박근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은 여러 가지 조건 면에선 "서문시장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일단 시설 면에서 현대화시켜야 한다는 것을 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박 부회장은 "비가 오면 길이 질퍽해지고 화장실도 제대로 없는 상황에선 사람들을 불러모으기가 힘들다.

상인들이 의욕을 갖고 자발적으로 시장의 개발 주체가 될 때 시장이 활력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상인들에 대한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때 디자이너를 고용해 직접 생산을 시도했다가 오래지 않아 생산을 포기했던 서문시장 박재홍씨는 "시장의 장점을 살려 중저가 브랜드를 만들려고 했지만 인력 충원 등 여러 가지 문제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대구시가 패션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선 서문시장 내에서 자생한 브랜드를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문시장 상가번영회 배용근 회장은 "주변 여건만 탓하지 않고 시장 내부에서부터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우선 친절과 서비스를 앞세워 내부적으로 시장이 활성화돼야 외국인들도 찾는 관광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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