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濟 우울증' 다음 단계는

입력 2004-07-15 11:59:49

한국경제의 생명은 '역동성'이다.

소득 1만 달러 시대를 열어준 '한강의 기적'과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힘의 원천도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었다.

부존자원 없는 한국이 그나마 국제 경쟁력을 갖춘 것도 풍부한 인적 자본이 뿜어내는 폭발력과 그 역동성 때문이 아닌가. 그 원초적인 파워를 잃고있다는 것은 한국경제의 중대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한국 경제는 위기는 아니지만 우울증과 무력증에 빠진 환자와 비슷하다"고 했다.

적절한 판단이다.

하지만 우울증과 무력증에 빠졌는데도 여전히 위기가 아니라는 부총리의 주장은 이해하기 힘들다.

아무리 청와대가 '위기'라는 단어에 과민반응을 보인다 해도 경제는 정확하게 얘기해야 설득력이 있는 것 아닌가.

슘페터는 '기업가 정신'이 경제가 지속적인 역동성을 갖는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했다.

그런데 업계에는 '기업할 의지'가 없고 국민은 '소비할 여력'이 없다.

이보다 더한 위기가 어디있단 말인가. 이미 국가경영개발연구소(IMD)는 한국의 경제 탄력성이 세계43위로 추락했다고 밝혔다.

2년 전 11위에서 32계단이나 떨어졌다.

남미(南美) 경제가 어디 자원과 재원이 부족해서 실패했는가. 활력과 역동성을 잃은 경제의 대표적 말로가 아닌가.

차리리 툭 불거진 병보다도 더 치유하기 어려운 것이 우울증이다.

속골병 들고있다는 얘기다.

한국경제가 역동성을 잃고있다는 것은 더 이상 '돈'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는 뜻이다.

사회 곳곳에 퍼져있는 패배감과 무기력증, 그리고 냉소주의를 걷어내야한다.

정부는 한국경제가 경제 정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회 복합적 '합병증세'에 점점 빠져들고 있음을 직시해야한다.

우울증 환자의 행동은 예측하기 힘들다.

왜 위기가 아니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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