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옥입니다-신데렐라

입력 2004-07-13 11:47:50

느닷없는 신데렐라 신드롬이다.

TV마다 경쟁하듯 신데렐라 드라마를 쏟아내고, 시청률도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드라마로 일컬어졌던 '대장금'의 시청률 갱신이 초미의 관심사가 될만큼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줄거리는 예외없이 부유하고 핸섬한, 멋진 남자와 가난하고 그다지 예쁘지도 않지만 밝고 씩씩한, 게다가 엄벙덤벙하기까지한 왈가닥 아가씨 사이의 연풍(戀風)이다.

그래선지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다간 모두 신데렐라병에 걸리지나 않을까 싶을만큼.

그러나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현실에선 불가능한 이야기들이다.

우리 사회의 재벌치고 지극히 평범한, 그것도 주머니에 바람 몇 줌 밖에 없는 여자와 진지하게 데이트했다거나 결혼했다거나 하는 얘기를 들어본 적 있는가.

그런데도 왜 여성들은 신데렐라 드라마에 매료될까. 그 해답은 벌써 나와있다.

대리만족 때문이다.

서울지역 주부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44.6%가 경증 이상의 우울증세를 갖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비단 서울의 주부들 뿐일까. 해가 갈수록 얇아지는 지갑, 늘 어수선한 사회분위기, 명치끝을 짓누르는 자녀교육부담…. 많은 주부들이 안고 있는 일상의 힘겨움이다.

20대 여성들 역시 취업난 등으로 기분 꿀꿀하긴 마찬가지.사정이 이렇다보니 현실탈출을 꿈꾸게 되고, 신데렐라는 그 비상구로서 다가온게 아닐까. 확실히 드라마 속 신데렐라는 동화의 가련형 신데렐라와는 다르다.

밀려오는 삶의 파도에 넘어지기도 하고 어리버리 실수연발이지만 결코 기죽지 않고 징징거리지도 않는다.

암울한 상황에서도 눈물 몇방울 떨군 후엔 환한 웃음 날리며 "난 할 수 있어!" 외치는 모습이 묘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한국계 미국 코미디언 마거릿 조가 생각난다.

어릴적부터 왕따에다 뚱보, 문제아로 집안의 수치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던 그녀. 한때 마약과 알코올의 늪에서 허우적이기도 했지만 오랜 방황 끝에 자신의 결점과 단점까지도 사랑할 수 있게 됐고, 일약 코미디계의 신데렐라가 되었다.

"I줁m the one that I want(내가 원하는 사람은 바로 나)." 신데렐라와 백마 탄 왕자 이야기에 그저 "쩝!" 입만 다실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세상에 맞서 당당할 수 있는 자신을 찾는 것, 그럴때 우리 역시 내 삶의 진정한 신데렐라가 되지 않을는지.

〈편집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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