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포도 이젠 입으세요

입력 2004-07-12 09:04:51

"깊은 바다색을 닮은 포도염, 처녀들 연지곤지에 쓰여진 붉디붉은 홍화염, 개나리색을 닮은 황련염."

전국 제일의 과수와 한약재 생산지인 영천시가 지역에서 생산되는 과일의 부산물과 한약재를 이용한 천연염색이 각광을 받으며 자연염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전통 천연염료는 짙은 감청의 빛깔을 내는 '쪽'과 누른빛을 내는 '황토', 갈색의 '감물' 등이 주류를 이뤘다.

영천은 이와 대조로 우리지역에서 생산되는 질좋은 과일의 부산물로, 획일화되고 현대적인 공정에서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자연의 색깔을 창출해 내고 있다.

"풀밭에 앉았다가 엉덩이에 들었던 풀물, 봉선화 예쁜 꽃물, 풋감을 따먹다 옷에 들었었던 감물, 바로 이런 것이 천연염색입니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색, 자연으로 돌아가는 색, 다른색을 인정하고 사랑하면서 나만의 고운색을 드러내는 것, 차분하고 느슨한 마음의 작업, 식물염색을 표현하는 말들입니다.

"

영천시 농업기술센터 김정화 생활지도사는 "우리 천연염색을 하는 대부분 장인들은 쪽빛을 하늘을 닮은색으로 표현하며 '자연이 만들어낸 최고의 빛깔'이라고 자랑한다"며 "또 감히 쪽빛을 흉내낼 수 있는 것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고 단언했지만 영천만큼은 다르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는 포도 중 머루포도는 쪽만이 가진 '짙은 바다색' 못지 않는 색을 표현할 수 있다.

또 사과나 복숭아잎의 햇순을 따다 카키와 노랑, 갈색을 얻을 수 있고 양파껍질은 주황색과 짙은 갈색을 나타낸다.

여기에서 얻은 자연색을 명주에 그대로 아로새기면 자연을 한폭에 담을 수 있다.

자연색을 입은 고급명주는 옷과 스카프로 만들어져 여인네의 고운 맵시와 자태를 한층 돋보이게 한다.

특히 포도의 경우 껍질만 쓴 알맹이는 따로 모아졌다가 고급식초로 되살아나 귀중한 요리재료가 되고 사과와 복숭아 등도 이른 봄 불필요한 햇순을 잘라 사용하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전국 최고의 한약재가 생산되는 영천은 한약재로 만든 천연염도 다른 지역보다 우수하다는 평이다.

임금님의 대홍포와 새색시 연지곤지에 주로 쓰였던 연분홍과 짙은 빨강색을 얻을 수 있는 홍화는 영천의 금호산을 전국제일로 치고 있다.

또 임금님의 곤룡포에 쓰인 황련염, 밤색과 윤기 흐르는 검은색을 얻을 수 있는 오배자는 영천지역이 주생산지다.

천연염료는 식품에서 추출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농업의 한 장르.

"홍화의 경우 약재로 쓰여졌을 때 한사람이 평생 1근도 사용하지 못하지만 염재로서의 홍화는 기본이 10근이 들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지녔습니다.

"

농업기술센터 김수원 소장은 "FTA 등 농산물 수입개방 시대에 농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은 우리의 천연염색"이라며 "잠재된 천연염의 시장을 노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천시농업기술센터는 오는 7월12일부터 연말까지 30일간 정규교육과정의 '천연염색교육'을 실시한다.

교육과정에는 농산부산물을 이용한 염색과 쪽, 감물 등 천연염색의 전과정이 있다.

영천.이채수기자 cslee@imaeil.com사진: 천연 염색과정중 과일과 한약재로 염색된 직물을 마지막으로 헹구는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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