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주석의 10주기 조문 문제로 일부 민간
단체의 방북과 당국간 회담이 연기되는 등 남북관계가 일부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
데 제1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11일 오후 단체상봉을 시작으로 예정대로 진행됐다.
남측 이산가족 상봉단 471명은 50여년간 헤어졌던 북측의 가족 100여명을 만나
반세기가 넘은 이산의 한을 달랬다.
올해 95세로 남측 상봉단 중 최고령인 노복금 할머니는 큰 아들 림승호(73)씨를
만나, 어릴 적 사고로 잃은 엄지 손가락을 어루만지며 잃어버린 세월을 회상했다.
승호씨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아버지는 어디 가셨어. 안 계셔"라고 묻자 누나
채옥(75)씨는 "아버지가 왜 안 계셔. 못 오셨지"라고 대답했다.
림씨의 아버지 임복구(97)씨는 아들의 생존소식을 전해듣고 흥분하는 바람에 건
강이 나빠져 이번 상봉에 참가하지 못했다.
노복금 할머니와 동갑인 남측의 주애기 할머니는 헤어질 당시 서울 중학교 5학
년에 다니던 소년에서 백발의 노인이 된 아들 리강백(71)씨를 만나 얼굴을 어루만지
며 눈물만 흘렸다.
청와대 문재인 시민사회수석은 북한 흥남이 고향인 어머니 강한옥(77)씨와 함께
생면부지의 막내 이모 강병옥(55)씨를 만나 눈길을 끌었다.
문 수석의 어머니 강씨는 흥남에서 거제도로 피난가며 헤어진 막내 동생 병옥씨
에게 전쟁 통에 헤어진 나머지 형제들의 안부를 물으며 잃어버린 시간을 확인했다.
문 수석은 "어머님이 가족들이 모두 돌아가시기 전에 이렇게 이모를 만나 염원
의 1만 분의 1이라도 풀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또 이번 상봉단에는 6공화국과 문민정부 당시 각각 청와대 의전수석과 안기부
해외담당 차장을 지낸 이병기(58)씨가 포함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관심을 모았다.
이씨는 6.25 전쟁 당시 북으로 간 고모 리순덕(71)씨를 만났다. 순덕씨는 전쟁
당시 경기여고 3학년으로 서울대병원에서 인민군 부상자 치료를 돕다가 북으로 올라
간 것으로 확인됐으며, 북한에서 김일성종합대학을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김형직사범
대학 당역사 강좌장을 지냈고 현재 인민대학습당 연구사로 근무하고 있다.
이씨는 순덕씨 큰 오빠의 아들로 이번 상봉단에 부인 심재령씨, 남한에 사는 큰
고모 이희갑(79)씨, 희갑씨의 아들과 손자 등과 함께 참가했다.
인기 탤런트 김무생씨는 이날 어머니 형제 중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북쪽의 외
삼촌 장경수(79)씨를 만나 생전 어머니의 모습을 전했다. 김씨는 "외삼촌이지만 꼭
어머니를 뵙는 것 같다"며 외삼촌을 얼싸 안았다.
또 단체 상봉장에서 50여년만에 북측의 딸 리병희(70)씨를 만난 남측의 어머니
문옥진(84)씨는 "죽은 줄 알고 제사까지 지냈는데 살아있다니 그저 기쁠 뿐"이라며
딸의 손을 잡고는 놓을 줄을 몰랐다.
남측 상봉단은 이날 오후 4시부터 두 시간 동안 온정각에서 단체상봉을 가진 데
이어 1시간 휴식한 뒤 오후 7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환영만찬을 가졌다.
남북 이산가족은 12일 오전 금강산의 김정숙휴양소에서 개별상봉, 온정각에서
공동중식에 이어 오후에는 삼일포 공동관광 등의 일정으로 혈육의 정을 나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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