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몇년만 지나면 6.25는 잊혀진 전쟁이 될꺼야".
24일 오후 3시 대구 달서구 도원동 보훈병원 야외쉼터. 백발의 노인 4명이 장맛비를 바라보며 상념에 잠겨있었다. 이들은 모두 6.25 참전용사들. 전쟁때 입은 부상으로 지금까지 병마와 싸움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6.25'는 아직도 생생한,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 남아 있었다.
"전쟁때의 참혹한 장면이 꿈에 떠올라 지금도 잠을 설치는 날이 많아.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6.25를 마치 남의 나라 전쟁처럼 여기는 것 같아".
인천상륙작전때 해병대와 함께 참가했던 수도사단 17연대 출신 김기택(78.달서구 본리동)씨.
허리와 다리에 총상을 입었던 그는 "당시는 나라가 죽느냐 사느냐하는 기로에 서 있었고, 이땅의 국민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목숨을 바쳐 싸웠다"며 "그래도 예전에는 6월이 되면 갖가지 행사라도 열려 유가족과 참전 군인들을 위로했는데 요즘은 그냥 '6.25'일 뿐"이라고 했다.
현재 대구보훈병원에는 김씨 외에도 손영민(75.경주)씨와 이상봉(78.경주)씨, 정영술(79.경주)씨 등 3명이 휠체어나 보조기구의 도움없이는 몸도 가누기 힘든 상태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4명의 참전 용사들은 젊은 세대를 향해 할말이 많다고 했다.
손씨는 "당시 젊은이들에게 '참전'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의무였지만 요즘은 내가 왜 전쟁터에 나갔을까라는 자괴감이 들때가 많다"며 "6.25 참전용사들의 설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최고령인 정씨도 "이제 많아야 5년뒤쯤이면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볼 수가 없을테고 그러면 자연히 6.25도 함께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라크 파병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전쟁만큼 인간을 황폐화시키는 것도 없지만 평화만 외친다고 나라가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며 "6.25때 이 땅에서 미국을 비롯 16개 나라의 젊은이 수만명이 산화한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10년째 이들을 돌보는 대구보훈병원 심영숙 간호과장은 "6.25 참전부상자들은 반세기 동안 육체.정신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며 "이들을 위해 보훈혜택의 수혜를 넓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보훈청은 대구의 6.25참전 용사 2만2천183명 가운데 현재까지 생존한 이는 2천847명이며 이중 74%(2천128명)가 부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사진: 대구 보훈병원에 입원 중인 참전용사들. 왼쪽부터 정영술, 이상봉, 송영민, 김기택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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