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상흔 뛰어넘은 가없는 모정"

입력 2004-06-25 11:39:04

6.25때 두아들 잃은 故 김순란 할머니

6.25 제54주년을 맞아 한국전쟁때 두 아들을 잃은 김순란(1978년 작고.경주시 건천읍 대곡2리) 할머니의 한맺힌 사연이 알려지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고(故) 김순란 할머니는 6.25 전쟁때 전사한 두 아들의 연금과 전 재산을 털어 지난 1960년대 말 대곡마을 앞을 흐르는 용명천에 다리를 놓았다.

당시 용명천에는 다리가 없어 비만 오면 강물이 불어나 부모들이 아이들을 등에 업고 강을 건너 등교시켜야 했다.

김 할머니는 큰 물로 다리가 유실되면 또 사비를 털어 다리를 복구했다.

마을 주민들은 "평생 동안 두 아들이 살아 돌아오기를 기대하던 김 할머니가 이 다리를 건너 아들들이 집으로 돌아오기를 바랐던 것같다"고 전했다.

김 할머니의 차남 박노준(당시 22세)씨는 입대 4개월만인 지난 1951년 8월에, 입대가 늦었던 장남 박노영(당시 28세)씨는 이듬해인 1952년 전사했다.

차남 노준씨는 강원도 인제 전투에서, 장남 노영씨는 금화지구 전투에서 적군의 포탄에 맞아 숨졌다.

1945년 해방되던 해에 남편을 잃은 김 할머니는 두 아들마저 전쟁터에서 숨지자 몇 번이나 따라 죽으려 했다고 마을 주민들은 전했다.

그러나 김 할머니는 마지막 여생을 마을 주민들을 위한 삶으로 마감했다.

김 할머니가 두 아들을 가슴에 품고 1978년 2월18일 세상을 떠나자 마을 주민들은 용명천 제방에 김 할머니의 자선비를 세워 추모했다.

가로 60cm, 세로 30cm의 자선비는 현재 부서진 채 숲 속에 팽개쳐져 있다.

10여년 전 제방 복구공사를 하면서 옮겨진 자선비가 지금까지 방치된 줄 모르고 있었던 것. 손중규(62) 건천농협장은 "두 아들을 잃고도 마을을 위해 다리를 놓은 김 할머니의 희생정신은 훌륭한 교훈이 되고 있다"며 "그의 행적을 후대에까지 전하도록 부서진 자선비를 다시 복원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할머니가 두 아들의 연금과 전 재산을 털어 대곡마을과 건천읍 사이를 가로지르는 용명천에 놓은 다리는 현재 사람들만 왕래하는 다리로 변했다.

마을 위쪽에 튼튼한 새 다리가 놓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김 할머니가 놓은 다리를 오갈 때마다 김 할머니의 고마움을 잊지않고 있다.

이 마을 오인백(68)씨는 "제방에 세워진 자선비가 중장비에 의해 부서진 것을 최근 숲속에서 찾아냈다"면서 "자선비를 복원하겠다"고 했다.

경주.박준현기자 jh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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