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공단에서 혁신 클러스터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올해 36조원으로 예상되는 생산액이 2008년에는 두 배 가까운 70조원으로 늘어나고, 3만명 가량의 고용 효과도 기대됩니다".
산업자원부 지역산업 균형발전 기획관인 신동식 국장은 지난 18일 산업단지공단 중부지역 회의실에서 열린 '구미 첨단 디지털산업 U-클러스터 구축 및 발전방안 혁신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전국 곳곳에서 수많은 클러스터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혁신 클러스터 하나가 아쉬운 상황"이라면서 구미공단의 혁신 클러스터화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또 혁신 클러스터를 새로이 조성하기보다는 기존의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시도하고, 혁신 클러스터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 해당 지역의 산업수요와 대학 등 지역자원과의 연계성을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신 국장은 "실리콘밸리에는 인텔, 휴렛패커드(HP)를 포함한 9천여 기업이, 시스타에는 에릭슨,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을 포함한 700여 기업이 입주해 있둣이 구미공단에는 이들 세계적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삼성과 LG 등이 포진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지금까지의 단순 생산시설과 함께 제조업 위주의 구미공단 산업구조가 산학연 네트워크와 결합된 산업단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정부가 최근 전국의 산업단지 중 혁신역량이 우수한 구미 공단을 비롯한 창원, 울산, 반월시화, 광주, 원주 등 6개 지역을 '혁신 클러스터화' 시범단지로 지정해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총 6천억원을 투입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기술혁신, 교육, 정주여건 문제가 광역적으로 연계되는 구미공단의 산업단지 혁신 클러스터화는 구미시의 수출 300만달러 시대를 앞당기고 참여정부의 핵심적 과제인 국가균형발전의 향도적 위치에 서서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선도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구미공단내 대기업 연구원인 김동규(43)씨. 중학생과 초등학생을 둔 김씨는 구미의 교육여건이 아이들에게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서울에 가족을 남기고 혼자 구미에 내려와 회사 사택에서 생활하는 주말부부다.
김씨는 "애들 교육 문제는 그렇다 치더라도 현재 전국의 6개 혁신 클러스터 시범단지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여건이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 구미공단의 아킬레스건은 다름아닌 열악한 R&D(연구개발) 기능"이라고 잘라 말한다.
사실상 혁신 클러스터는 생산과 연구기능이 활발히 이뤄지고 각종 기업지원 서비스가 강화되고 각 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이 서로 연계체계를 갖출 경우 정부의 혁신 클러스터 사업은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구미공단의 취약성은 전문연구기관의 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산업연구원이 올해 초 구미공단을 비롯한 전국 38개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2%가 현재의 산업단지 입지환경은 개선돼야 하며, 그 중 64%가 편익시설 및 연구기능 시설 확충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구미공단의 경우 범용.모방 기술 중심의 대량생산체제로 만들어져 더 이상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구미공단의 제조업은 갈수록 고용창출 능력이 떨어지고 기업의 설비투자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서도 구미공단에는 삼성.LG.대우 등 국내 최고를 자랑하는 대기업들이 세계에서도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인 휴대전화,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TFT-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 등을 쏟아내 수출한국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구미공단에 전자관련 기업만 240여개가 입주해 월평균 약 3조4천억원어치를 생산해내고, 이들 기업에서 운영하는 부설연구소도 13개에 달하고 있지만 여전히 '공단'일 뿐 미국의 실리콘벨리나 스웨덴의 시스타처럼 클러스터로 불리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구미공단이 앞으로는 첨단 연구개발과 기업 지원이 어우러진 혁신 클러스터 체제로 변신을 시도한다.
지금까지 조립.제조.가공 등 요소투입 위주의 성장에 그쳤다면 기술지원 기능이 배가된 지식집약형 구조로의 체질개선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산업자원부 지역산업 균형발전 기획관 신동식 국장은 "구미공단의 경우 생산 기능에 비해 연구 기능이 크게 뒤떨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이 때문에 향후 구미공단의 클러스터화 초점은 우수인력 확보를 통한 연구기능 활성화에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전자통신산업 클러스터의 성공적인 모델로 미국 실리콘 밸리와 스웨덴 시스타가 꼽힌다.
두 지역의 공통점은 세계적인 명문 대학들이 중심에 자리잡고 입주 기업들에게 우수 인력을 수혈해 주고 있는 점이다.
실리콘밸리에는 스탠퍼드, 버클리, 새너제이주립대학 등에서 매년 우수한 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연구인력들이 쏟아져 나온다.
시스타는 스웨덴 왕립공대와 스톡홀름대에서 우수 인력을 공급받는다.
금오공대 권상근 교수는 "실리콘밸리는 연구 중심의 우수 인력, 기업간 네트워크, 사회적 인프라스트럭처 등 3박자가 완벽하게 이뤄져야 한다"면서 "구미공단의 클러스터화에 다른 연구기능을 소화해 낼 수 있도록 대학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정부는 이를 위해 6개 클러스터 도시에 내년에 990억원을 비롯해 2006년 2천89억원, 2007년 1천994억원, 2008년 1천41억원씩 4년간 6천114억원의 대대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구미공단의 경우 올해부터 2007년까지 500억원을 투입해 클러스터 종합지원센터를 세워 생활여건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외국 기술자들이 마음놓고 쉴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와 문화관, 회의실, 보육시설도 설치할 예정이다.
게다가 외국인 전용단지가 있는 구미 4공단에 일본과 독일 부품업체들이 속속 입주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외국인 학교도 설립할 예정이다.
또 연구개발 활성화를 위해 △첨단 전자기기 기술개발(600억원) △전자산업 기술인력 양성(350억원) △차세대 모바일 기술지원센터 구축(100억원) △첨단 전자기기 집적화 센터(100억원) 등의 사업이 단계적으로 실행된다는 것이다.
산업단지공단 중부지역 박광석 본부장은 "쉽게 말해 전문기술 인력이 필요하면 지역내 대학, 연구기관과 연계한 맞춤형 교육을 통해 전문인력을 양성하게 되고, 다른 지역의 신기술 기업의 지역내 유치가 필요해지면 지자체가 나서서 끌어오는 등 역동적인 클러스터가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수출 200억달러를 달성한 구미공단은 이제 또다른 수출의 동력원이 될 혁신 클러스터의 날개를 달고 쉼 없이 비상할 것이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사진: 지난 18일 산업단지공단 중부지역 회의실에서 열린 '구미 첨단 디지털산업 U-클러스터 구축 및 발전방안 혁신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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