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훈장님-파자(破字)이야기

입력 2004-06-11 09:40:59

파자(破字)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1.한자의 자획을 나누거나 합치거나 하여 맞추는 놀이 2.파자점이라고 하여 파자의 원리를 이용해서 사람의 운명이나 인생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것'이라고 나와 있다.

이성계의 일화를 살펴보면 파자의 묘미를 엿볼 수 있다.

"이성계가 왕이 되기 전 심심풀이로 유명한 점쟁이에게 점을 쳐보았는데, 점쟁이가 종이를 주면서 글자 하나를 써 보라고 하여 이성계가 問(물을 문)자를 썼더니, 점쟁이가 큰 절을 하면서 왼쪽도 君(임금 군)자이고, 오른쪽도 君자니 장차 군왕이 될 것이라 하였다.

이성계는 기쁘면서도 점쟁이가 미심쩍어 거지를 시켜 귀인 복장으로 변장하게 하고는 아까 그 점쟁이에게 가서 똑같이 問자를 쓰라고 하였다.

점쟁이가 글자를 들여다 보고는 입(口:입 구)이 문(門:문 문)에 걸려 있으니 평생 빌어먹을 운명이라고 하였다".

이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파자는 글자를 쪼개어(破) 재미있게 풀이하는 사고 행위를 말한다.

쉽게 말해서 한자수수께끼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수수께끼는 '머리를 풀고 하늘로 올라가는 것은?' 정답 '연기'와 같이 사고의 변화를 요구하거나 창의력 등을 요구하는데 비해 한자 수수께끼는 지적 능력과 사고 능력을 많이 요구한다.

이유는 바로 한자가 가지는 뜻글자로서의 특징과 다른 문자에 비해 가지는 복잡한 모양 때문이다.

예를 들어 一三口牛頭不出이 의미하는 자는? 許(허락할 허)이다.

一三口를 세로로 세워 보면 言(말씀 언)이 되고 牛頭不出(우두불출) 소의 머리는 나오지 않아야 하니 牛가 午가 되어야 한다.

그러면 言+午=許(허락할 허)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기본이 되는 一(한 일), 三(석 삼) 등의 한자는 알고 있어야 하며, 그 한자를 여러 방면으로 조합시킬 수 있는 사고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파자는 한자의 모양을 가지고 하거나, 또는 한자를 분해해 각각의 한자가 가지는 의미를 통해 할 수도 있다.

가령 창문같이 생긴 글자를 田(밭 전)이라고 한 것은 한자가 가지는 모양을 보고 파자한 것이고, 사람이 나무 아래에서 쉬는 글자는 休(人+木: 쉴 휴)라고 한 것은 한자를 분해하여 각각의 한자가 가지는 의미를 가지고 파자한 것이다.

또한 우물에 돌을 던져 퐁당 퐁(井.), 산 위에 오르면 야호 호( )과 같은 우스개 한자도 있다.

이처럼 파자는 한자가 딱딱하고 어렵다는 느낌을 지우고 흥미를 잃지 않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나아가 아이들의 표현력과 사고력 증진, 지능계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글자의 모양이 복잡하고 어려워 익히기가 힘들 때 파자의 원리를 이용한다면 쉽고 재미있게 익힐 수 있다.

여러 책에서 볼 수 있는 파자들 중 몇 가지를 발췌해 소개한다.

오늘 저녁 가족들과 함께 풀어 보면서 피곤에 지친 하루를 웃음으로 마무리 지으면 어떨까?

△임금이 귓속말 하는 글자는?

정답 : 聖(성인 성)

풀이 : 耳(귀 이) +口(입 구) + 王(임금 왕)

△사람이 옥에 갇힌 글자는?

정답 : 囚(죄수 수)

풀이 : 口를 방으로 보고 방안에 사람이 갇힌 것은 죄수이다.

△밭둑이 무너진 나이는?

정답 : 10살

풀이 : 田(밭 전)에서 둑(口)이 무너지면 十(열 십)이므로 10살이다.

△키가 제일 작은 글자는?

정답 : 穴(구멍 혈)

풀이 : 宀(갓머리) + 八(다리)로 해서 갓 아래에 바로 다리가 달려 있으므로 키가 제일 작은 글자이다.

△수레 세 개가 시끄럽게 굴러가는 글자는?

정답 : 轟(울릴 굉)

풀이 : 車(수레 거/차)가 세 개가 포개져 있으므로.

△네 사람이 저녁 메뉴를 고민하다가 '器'자를 쓰고는 나갔다.

무엇을 먹으러 갔을까?

정답 : 개고기

풀이 : 犬(개 견)을 둘러싸고 口(입 구)가 네 개가 있으므로 네 사람이 개고기를 둘러싸고 먹고 있다는 뜻.

△10월 10일인 글자는?

정답 : 朝(아침 조)

풀이 : 분해하면 十 + 日 + 十 + 月이 되므로 十月 十日이 된다.

△거듭 폭행하는 글자는?

정답 : 且(또 차)

풀이 : 또 차니까.

△산 밑에서 개를 부르는 글자는?

정답 : 崩(무너질 붕)

풀이 : 山(메 산)아래에서 월월(月月 : 개 짖는 소리)하니까.

△저녁에 점치러 가는 글자는?

정답 : 外(바깥 외)

풀이 : 夕(저녁 석) +卜(점 복)

자료제공 : 장원교육 한자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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