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함께살기-인권운동 마태식씨

입력 2004-06-10 11:52:10

"휠체어로 달려가면 15분 거리를 지하철로 이동하면 1시간 이상 걸린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마태식(47.동구 신천1동)씨는 휠체어를 타고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장애인 편의시설을 체크하고 이동편의성 확보를 위해 활동하는 인권운동가다.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는 마씨는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장애인들이 다니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전국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찾아다니며 장애인 시설 확충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예전보다는 장애인 시설이 많이 확충된 편이지만 장애인의 입장에서 사용해보면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이 때문에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필요한거죠".

마씨는 일례로 지하철역에 설치된 휠체어 리프트를 지적했다.

"신천동에서 칠성시장까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려면 1시간 이상 걸립니다.

휠체어 리프트가 워낙 느리게 작동하는 탓에 오르내리는데만 15~20분이 소요되고 고장이 잦아 멈춰 서기라도 하는 날에는 지나가는 행인들의 도움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의 눈에는 장애인 화장실도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문고리 없이 접이식 문이 설치된 곳이 많아 불쑥 불쑥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이 많은데다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지 않아 전동식 휠체어는 아예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많다는 것. 따라서 마씨는 길을 가다가도 대형건물이 있으면 들어가 화장실을 살피고 엘리베이터 가동여부를 살피는게 습관이 됐다.

마씨는 "그래도 꾸준히 설득한 끝에 시설개선이 될 때면 보람을 느낀다"며 "집 주변의 한 병원에서는 마씨의 끈질긴 설득으로 병원 출입문턱을 아예 제거했으며 신천 1.2동 동사무소에서는 고장으로 멈춰선 엘리베이터를 수리하는 등 시설을 정비한 곳도 여러곳"이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처럼 장애인 이동권 운동에 앞장 서다보니 정작 생업인 도장방 운영과 시사만화그리기 작업은 오히려 부업으로 전락해 버렸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1평 남짓한 도장방은 전자인증이나 컴퓨터 도장파는 기계 등에 밀려 경쟁력을 잃으면서 개점휴업상태. 대신 마씨는 도장파는 기술로 또다른 봉사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장애인을 위한 봉사활동에 앞장 서고 있는 군부대 장병들을 위해 답례로 도장을 하나 둘씩 만들어 주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만든 '답례용' 도장만 600여개가 훌쩍 넘는다고.

마씨는 앞으로 장애우들과 일반 학생들이 함께 공부할 수 있는 '통합교육' 운동에 앞장설 계획이다.

"어려서부터 장애인들과 함께 어울리고 생활하다 보면 자연히 장애인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마씨는 "장애인들을 힘들게 만드는 것은 정작 장애보다 장애를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이라며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마음의 벽이 사라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 다짐하면서 시민들의 협조를 바랐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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