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해.서리 피해 "사과열매 솎아낼 게 없어요'

입력 2004-05-28 09:22:06

사과 주산지인 안동시 길안면 농민들은 요즘 시름이 깊다.

지난달 연거푸 3차례에 걸친 냉해 및 서리 피해로 올해는 예년처럼 사과 열매솎기 작업이 거의 필요없기 때문에 근심이 많은 것이다.

길안농협은 사과 적과(摘果)가 시작된 20일부터 농협직원 농민 등 1개조 4명씩 5개조를 구성해 서리피해로 인해 열매 손실이 얼마나 발생했는지에 대해 조사를 펴고있다.

지금까지 조사결과를 보면 253농가 183ha 로 예년 평균에 비해 60~70%까지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재해 조사는 수확때까지 계속돼 최종 피해실태조사가 끝나야 재해공제보험 관련 보상이 이뤄진다.

그러나 농민들은 보상에 앞서, 2년 연거푸 서리 피해로 인해 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길안면 현하3리 김수진(57)씨는 "여름사과인 '아오리'등은 꽃이 일찍 피어 피해가 거의 없지만 '부사'등 만생종은 서리피해로 거의 솎아 낼 열매가 없다"며 한숨 지었다.

조건호(50.길안면 배방리)씨는 "지난달 28일 새벽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서 사과꽃이 변색돼 올해는 이미 농사를 망쳐 버렸다"고 허탈해 했다.

의성군의 경우도 사과 냉해 피해가 당초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급품종인 '부사'와 '홍월' 에 피해가 집중돼 농민들의 시름은 더욱 크다.

이 때문에 사과 산지인 의성군 옥산과 점곡 등지에서는 예년 같으면 농가마다 열매솎기 일손이 달려 아우성을 질렀으나, 올해는 이같은 일손타령도 들리지 않는다.

이는 서리피해로 인해 열매솎기 할 일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의성군 옥산면 실업2리 조봉래(69)씨는 "지난해에는 800상자를 수확했으나, 올해는 냉해로 100상자 수확도 힘들어 올 사과 농사는 지어봤자 헛일"이라고 했다.

신용선(44.의성군 옥산면 입암2리)씨는 "예년에 비해 결실률이 50% 이하로 떨어진데다 1, 2차에 개화된 꽃은 대부분 냉해로 고사해 올 가을에는 예년 수준의 상품 수확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청송.영양지역 사과재배 농민들도 올해 서리피해 등 기상이변으로 사과농사를 망쳤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이상 고온현상으로 사과꽃이 조기에 개화하고, 개화기에 잦은 비와 17℃ 이상의 극심한 일교차, 서리, 냉해가 겹쳐 과수농가의 피해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과꽃 개화시기에 맞춰 방사한 머리뿔가위벌이 잦은 비로 정상적인 수정활동을 못해 결실이 부실한 피해까지 겹쳐 농민들은 크게 실망하고 있다.

청송군의 경우 올해 사과 2천여ha 가운데 50%인 1천여ha가 서리.냉해 피해를 입었다.

임관우(63.청송 부동면)씨는 "7천평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데 이상고온으로 조기 개화에다, 서리.냉해피해까지 입어 80% 이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임씨는 "올해 사과농사는 이미 포기한 형편으로 그동안 투입한 비료 농약대 인건비조차 건질 길 없어 막막하기만 하다"고 했다.

청송 부남면지역 경우도 서리, 냉해로 면지역 전체 사과재배면적 331ha 가운데 무려 83.3%인 276ha가 피해를 입었다.

김기환(63.부동면)씨는 "서리피해로 5천평 사과 농사중 80% 이상 피해를 입어 올해는 사과 적과 일손 구하는 애는 쓰지 않는다"며 애써 태연해 했다.

안동. 장영화기자 yhjang@imaeil.com

청송. 김경돈기자 kdon@imaeil.com

의성. 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사진 : 안동시 길안면 현하3리 김수진씨는 올해는 서리 피해로 사과 열매를 솎아낼 게 없다며 손으로 빈 가지를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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