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영화 '투모로우' 美 대선 영향 논란

입력 2004-05-27 09:29:38

최근 두어 차례 한국의 대선에서도 TV드라마나 영화가 특정 후보에 유.불리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정치권의 논란과 시중의 화제를 불러모은 일이 있지만, 미국에서도 곧 개봉될 재난영화 '투모로우'의 올해 대선 영향을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미국 대선이 전례없이 경합 양상을 보이며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점을 반영한 현상이다. 최근엔 미 보건 당국이 '플랜B'라는 사후피임약에 대해 의사처방전 없는 판매를 금지한 조치를 놓고도 진보진영이 보수층 표를 의식한 부시 행정부의 압력때문이라고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었었다.

당장 내일은 아니더라도 곧 닥칠 수도 있는 일이라는 뜻의 'The Day After Tomorrow.모레'가 원제인 이 영화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어느날 갑자기 전 지구적인 재앙과 함께 북반구에 제2의 빙하기가 덮친다는 내용.

논란의 요체는 부시 행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한 교토의정서의 비준을 계속 거부해왔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조지 부시 행정부에 한방 먹이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게다가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 경우 지구 환경문제에 대한 미국민의 관심을 높임으로써 그동안 환경보호단체들로부터 대기업을 위해 환경보호 문제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부시 대통령에게 이번 대선에서 불리한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 영화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도 영화상의 대통령을 의지가 약한 인물로 그리고 딕 체니 부통령과 닮은 배우 케네스 웰시에게 부통령 역을 맡긴 것에 부시 행정부를 꼬집는 의미가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았다고 유에스에이투데이는 26일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16일 이 영화의 정치적 함의와 논란을 다뤘고, 그에 대한 독자들의 찬반 기고도 잇따르고 있다.

민주당측은 이 영화의 활용가치를 짐작, 환경주의자이기도 한 앨 고어 전 부통령이 이 영화를 강력 추천하면서 앞으로 순회 주민간담회를 열어 지구 온난화 문제에 관해 토론할 계획이고, 민주당 외곽단체인 '무브 온 닷 오르그'는 회원 수천명을 거리로 내보내 기후변화에 관한 전단을 뿌릴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1일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메릴랜드주 그린벨트의 고다드우주비행센터 직원과 과학자들에게 '긴급 본부 지시'를 내려 이 영화에 대한 인터뷰를 금지한 사실이 내부 과학자의 제보로 드러나기도 했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4월25일 영화관람객들이 이 영화에 자극받아 부시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책 소홀에 비판적이 될 수 있는 점때문에 입단속에 나선 것으로 해석했고, 유에스에이투데이는 이날 "백악관이 나사에 지시했다가 언론에 그 웃기는 지시가 보도되자 지시메모를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이 영화에 대한 과학자들의 평가는 "과학적으로 웃기는 영화로, 그 영화를 만들 돈이 있으면 내 기후연구에 쓰는 게 낫겠다"는 것과 "2-3일 사이에 빙하기가 덮치는 일은 없겠지만, 영화속의 상당수 재난은 현실성이 있으며, 관객들에게 지구환경 문제에 관한 의식을 일깨운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다"는 것으로 나뉜다.

유에스에이투데이는 "통상 할리우드 영화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워싱턴이 이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어떻게 나타날까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작사인 20세기 폭스사는 이 영화의 정치적 함의를 부인하고 '그저 오락용일 뿐'이라고 강조했으나, 이같은 논란과 보도는 최근 전 세계적인 부시 비판론과 맞물려 전 세계적인 영화 흥행을 돕는 결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연합뉴스)

사진 : 오는 6월 국내 개봉예정인 영화 '투모로우'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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