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훈장님-생활 속의 한자어 공부

입력 2004-04-30 09:04:16

한자 공부를 시작할 때 빠지기 쉬운 오류가 몇 가지 있다.

우선 천자문을 들고 '하늘 천, 따지'하며 무조건 글을 외우고 반복해서 쓰면 된다는 생각이다.

이 역시 학습법의 하나이지만 학생들에게 얼마만큼의 효과를 주느냐가 문제다.

학교에 학원에, 영어에 수학에 지쳐 있는 아이들에게 이런 방법으로 접근했다간 한자를 더 어려워하는 부작용을 낳기 쉽다.

한자 자격증 열풍도 문제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해당 급수에 배정된 한자만을 암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자격증을 딴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글자로 다시 시험을 본다면 과연 몇 명이나 제대로 답을 써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낱자 암기식 한자 학습은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지식에 불과한 것이다.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오래 기억돼 사고력과 언어능력을 향상시키려면 낱자 학습이 아닌 한자어 위주의 학습이 훨씬 효과적이다.

이때 고사성어나 한자성어 학습이 선호되는데 이 역시 문제가 있다.

이야기의 내용은 오래 기억되지만 그 한자를 쓰라고 하면 어려워하는 경우가 흔한 것이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일상 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단어를 한자어로 학습하는 것이다.

일상의 단어가 한자어라는 사실은 아이들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억도 오래 간다.

가령 식당에 갔을 때를 예로 보자. "밥 한 공기 더 주세요"라고 할 때 '빈 그릇'이라는 뜻의 '空器'(空 빌 공, 器 그릇 기)는 밥이 수북하게 담겨 나오는 것이 아니라, 먹고 싶은 만큼 떠서 먹도록 빈 그릇을 쓴다는 뜻에서 만들어졌다.

찌개와 밥이 함께 나오는 '찌개백반'에서 '白飯'(白 흰 백, 飯 밥 반)은 흰 쌀밥을 말한다.

반찬 가운데 '수육'은 충분히 익힌 고기라는 '熟肉'(熟 익을 숙, 肉 고기 육)에서 온 말이며, 제육볶음의 '제육'은 '猪肉'(猪 돼지 저)에서 온 말이다.

우리가 즐겨먹는 설렁탕은 선농단(先農壇) '先먼저 선, 農농사 농, 壇단 단'에서 온 말이다.

조선시대에 경칩이 지나 동대문 밖 선농단에서 풍년을 기원하며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올리는 탕에서 유래된 것이다.

생활 속에서 우리 말로 알고 썼던 한자어들을 몇 가지 살펴보자. 저녁 식탁에서 이런 이야기를 해 준다면 자녀들의 한자 학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졸지에(猝地)="졸지에 망해 버렸다"고 할 때, '졸지에'란 '갑자기, 뜻밖에'의 의미로 쓰인 것이다.

'猝(갑자기 졸) + 地(땅 지)'의 형태인데 여기서 '地'는 어떠한 지경(판), 입장 등을 의미한다.

직역하면 '갑작스러운 판, 느닷없이 벌어진 상황'이라는 뜻이다.

▷금방(今方)/방금(方今)="금방 기차가 출발했다"라고 할 때, '금방'은 '바로 이제, 지금 막'이라는 뜻으로 쓰인 것이다.

'今(이제 금) +方(모 방)'의 형태이다.

순우리말 같지만 한자어로 '方今'과 함께 같은 뜻으로 쓰이고 있다.

▷심지어(甚至於)='심하게는 이런 경우까지 있다'는 의미로 '심지어'란 말을 자주 쓴다.

순우리말 같지만 漢字語이다.

'甚(심할 심)+至(이를 지)+於(어조사 어)'의 형태다.

여기서 '於'는 ' -에'로 풀이되는 전치사이다.

▷물론(勿論/無論)="물론입니다"라고 하면 강한 긍정의 흔쾌한 답이 된다.

이것은 글자 그대로 '말할 것도 없다'의 뜻이며, 한자로 쓰면 '勿(말 물)+論(논할 론)'의 형태다.

'勿'은 '~하지 말라'의 금지어도 되지만, '없다'의 뜻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물론(勿論)'과 '무론(無論)'은 동의어가 된다.

▷하필이면(何必)=좋지 않은 일을 당했을 때 쓰게 되는 이 말은 '何(어찌 하)+必(반드시 필)'의 형태다.

한자어에 한글 토씨가 붙어 우리식으로 정착된 것이다.

그 본뜻은 '어찌해서 반드시', '무엇 때문에 꼭' 등이다.

▷조심(操心)=어떤 일을 할 때 삼가고 주의하는 것을 "조심한다"고 한다.

원래 '操'에는 '잡다.

무리다.

지조. 곡조' 등의 뜻이 있는데, '操心'에서 '操'는 '잡다(쥐다)'의 의미로, 직역하면 '마음을 잡다'는 뜻이 된다.

즉 '조심'이란 마음을 함부로 놓아 두지 않고 단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료제공:장원교육 한자연구팀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