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축구가 26년 간 이어져온 공한증 탈출을 외치며 '창샤 프로젝트'에 명운을 걸었다. 인구 560만명의 중국 후난(湖南)성 성도 창샤(長沙)는 3천년 역사의 고도로 마오쩌뚱의 고향이자 중국인들에게 '건국의 혼'이 깃든 곳.
선샹푸 감독이 이끄는 중국올림픽대표팀은 창샤에 한달 넘게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올림픽 최종예선 후반 3경기에 대비해왔다.
중국이 올림픽 최종예선 A조 이란, 말레이시아와의 홈 경기는 시설이 좋은 우한스타디움에서 치르면서 유독 한국전만 창샤 하룽경기장을 고집한 것은 객관적 전력 이상의 '+α'와 경기 외적인 변수를 기대하는 일종의 '노림수'로 해석된다.
중국은 지난 16일 이란에 1-2로 역전패한 테헤란 원정경기가 해발 1천200m 고지에서 치러졌지만 대표팀 공식 훈련장인 훙타트레이닝센터가 위치한 고지훈련의 메카 쿤밍을 마다하고 창샤에서 중국 언론의 표현대로 '합숙밀봉 훈련'에 전념했다.
한국의 벽을 넘을 수 있다는 기대를 받은 중국축구 '슈퍼플래티넘(초백금) 세대'의 모든 프로젝트가 이 곳 창샤에서 진행된 셈.
중국 언론에는 올림픽팀의 주장 두웨이와 골키퍼 안치가 베이스캠프에 들어가기전 마오쩌뚱 생가를 찾아 결의를 다지는 사진이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창샤 프로젝트를 기획한 중국축구협회 양이민 부주석의 의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 타도'를 향한 정신무장에 맞춰져있다.
부상으로 5월1일 한국전 출장이 어려워진 두웨이조차도 "깁스를 하고서라도 반드시 그라운드에 나서겠다. 그러지 않으면 평생을 후회 속에 살게 될 것 같다. 중국이 한국을 만나면 이기지 못한다는 징크스를 우리 세대에서 반드시 끊어야만 한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중국축구협회가 한국전을 앞두고 코칭스태프에 '군령(軍令)'을 하달했다는 보도가 나올 만큼 올림픽 본선 진출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한국전을 맞는 중국축구의 자세는 남다르다.
현지에서는 중국이 이란에 패해 본선 진출에 실패한 뒤 내홍을 겪고 일부 선수들이 소속 팀 복귀를 희망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한국전이 다가오면서 다시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는 소식이다.
중국 축구 관계자들은 창샤 베이스캠프가 일반적인 훈련장이 아니라 '군 훈련소'나 다름없다는 말로 내부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중국 올림픽팀을 뒷받침하는 창샤시의 극성스런 치우미 '용선풍(龍旋風)'의 광적인 응원도 한국 선수들은 물론 원정 응원을 떠나는 붉은 악마에게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중국축구가 성인대표팀 10무15패, 올림픽대표팀 1무6패의 지긋지긋한 공한증 탈출을 위해 만들어낸 '성지' 창샤에 김호곤호 태극전사들이 '공한증은 계속돼야 한다'는 출사표를 가슴에 품고 마침내 발을 내디뎠다.(창샤=연합뉴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